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5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2- 보기 드문 손님

보기 드문 손님의 방문 선물(珍客の手土産)

 

1

 

2월에 접어드니 어느새 방과후. 장미의 관에 보기 드문 손님이 방문했다. 
"부디 건강하시길, 누군가 있습니까? ...라기 보다는 부통들이 모여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왔지만..."
"..."
마중 나온 유미는 건물의 현관에서 대담하게 웃고 있는 인물을 보고서, 순간적으로 우로 돌아서 계단으로 뛰어 들어가 버릴까 생각했다. 어째서 이 사람이 여기 있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어머나 저런, 꽤나 주눅 들었네. 꼬리가 배 쪽으로 들어가 버린 강아지같아."
"가, 강아지..."
"인사가 아직이군요. 부디 건강하시길." 
"...부디 건강하시길. 장미의 관에 어서 오세요." 
어쩔 수 없어서, 유미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은 환영 따위는 하지도 않고 있지만. 
"오늘은 부통들에게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왔어요. 그녀들은 2층에?"
"하..." 
"올라가도록 하겠어요." 
"에?"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서 척척 들어가서는 계단을 삐걱삐걱 올라갔기 때문에, 유미도 서둘러 뒤쫓았다. 신문부의 부장, 츠키야마 미나코님은 드물게도 당당하게 등장했다. 보통 때는 자기야말로 개처럼 스쿠프를 찾아서 사방팔방 쫓아다니는 주제에. 이 사람은 요주인물. 소동이 일어난 곳을 찾아보면, 그 중심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소동을 일으키는 것일까, 소동이 그녀를 부르는 것일까. 어쨌든, 유미들에게 있어서는 '화를 입기 싫으면 관여해서는 안 되는'이라는 느낌의 사람이었다. 장미의 관의 귀문방향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이 사람... 이라니, 또 가톨릭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해버렸다. 비스킷 문에 도달해서야, 유미는 간신히 먼저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저, 지금, 츠키야마 미나코님이..."
고하는 것은 빨랐지만, 미나코님이 유미의 머리를 옆으로 밀치고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실례네, 그러면 마치 적의 습격을 알리는 가신같잖아."
다르냐고 추궁하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대가 상급생인데다가, 일단은 손님이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 때. 
"정말이지 유미는 조금 침착함이 부족하네."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사치코님이, 받침대에 컵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일어서서는 미나코님을 맞이했다. 
"동생이 실례를 했네요. 어서와요, 미나코씨."
그것은 마치 상류사회의 유한마담이 살롱에서 객을 맞는 것 같은 화려한 연기. 소녀만화라면 뒤에 장미꽃이 배경을 이루고, 영화라면 연주자의 모습이 없어도 배경음악이 흐를 것 같은 장면이다. 그렇게 우호적으로 웃지 않아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입술 끝을 올린데다 모두의 앞에서 사랑스런동생을 '침착하지 못하다'라고 말하다니, 사치코님 너무해. 조금 재미없는 상황이었지만, 유미는 생각을 고치고 감정도 추스렸다. 왜냐면 보통 가까운 사람에게는 엄하고, 손님의 언동은 다소 눈감아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치코님은 유미의'언니'니까, 근친으로 대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나코님은 권해준 의자에 허리를 대고서는 발을 꼬았다. 몸의 자세에 상당히 신경을 집중한 것 같지만 슬프게도 태어날 때부터, 어릴 적부터 공주님인 사치코님의 앞에서는 마치 사람의 흉내를 내는 원숭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기죽지 않는 것이 미나코님. 
"즐겁게 환담하고 있는 곳에 실례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니요, 신경쓰지 말아요. 함께 차라도 마실까요?"
방에는 수험으로 바쁜 장미님들을 뺀, 언제나의 멤버가 모여 있었다. 사치코님, 레이님, 시마코라는 부통으로 불리는 세 사람과 요시노, 그리고 유미. 사치코님의 윤기 도는 입술이 "차茶"라고 말하는 동시에 요시노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사치코님이 "유미"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것은 유미의 일이 되었다. 떫은 홍차라도 낼까 생각했지만, 점잖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떫은 홍차를 마시게 해서 보복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그뿐 아니라 그런 걸 시키기 위해, 일부러 사치코님이 지명한 것도 아닐 테니까.
"자"라며 미나코님의 앞에 따뜻한 홍차를 따른 컵을 놓고서, 유미는 전에 앉았던 자리에 조용히 돌아왔다. 계속 보고 있었을까... 옆자리의 사치코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에 '두근'했지만, 그것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좋지 않은 마음을 꿰뚫어보듯 하는 느낌이라서 조금 동요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차에 장난을 치지도 않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의 컵을 손으로 들었다. 벌써 따뜻함이 사라진 컵을 든 손으로 미루어보아, 그 안에 들어 있는 액체는 벌써 핫티가아니라, 얼음 띄운 아이스티에 가까운 존재로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차가운 홍차를 유미가 입에 댄 순간, 
"발렌타인 데이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무의식중에 튀어 나올 것 같은 말을, 미나코님은 매끈하게 말했다. 
"발렌타인 데이?"
요시노와 시마코, 레이님은 거의 동시에 유미의 얼굴을 보았다. 그 장소에 있었다면, 츠타코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 장소에 있는 사치코님은, 당연하게도 유미를 보지 않았다. 손님에서 시선을 때지 않고서, 희미하게 한쪽 눈썹을 올리고는 차가움이 느껴지는 말투로 되물었다. 
"발렌타인 데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들렸습니다만. 그게 잘못되지 않은 것인지? 미나코씨."
"아, 예." 
사치코님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기가 죽은 것 같았지만, 역시나 신문부의 부장이자, '리리안 백서'의 편집장. 미나코님은 한번 헛기침을 하고서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물론 자신이 장미의 관 안에 있는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되고 있다는 것 정도는, 특히나 예상을 하고 있을 법하다. "그래도"라며 왔기 때문에, 그것 나름의 각오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차가운 시선을 받은 것만으로 꼬리를 말고서 도망갈 수는 없는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 가슴 속에 숨기고 있었던 마음을, 소중한 사람에게 밝히기에는 멋진 날이 아닐까요?" 
미나코님은 갑자기 일어서서, 자신의 가슴 앞에서 양손의 손가락을 교대로 엮어서는, 몽롱한 눈으로 벽을 보았다. 아니, 별로 벽의 소재나 규모가 취향에 맞았기 때문은 아니었지만, 미나코님 이외에는 그대로 착석해서 장애물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벽을 바라보는 모양이 되었던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기분은 벌써 벽 너머의 어딘가 먼 세계에 가버렸다. 미나코님은, 앞서서 시마코씨가 유미에게 알려주었던 종교상의 발렌타인 데이에 관한 기초지식을 말한 뒤에, 그로부터 어째서 발렌티누스의 축일인 2월 14일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되었는가를 열심히 이야기했다. 이러저런 설이 있었던 같았지만, 그 무렵 새가 '쌍'이 되기 때문이라니... 당연히 유미는... 몰랐다. 
"미나코씨가 2월 14일에 다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알 것 같군요."
'흠'하고 헛기침을 하고서는 사치코님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평정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미나코님의 뜨거운 변론에 꽤나 곤란해 하는 모양.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서 레이스로 된 손수건으로, 관자놀이에 난 땀을 닦으면서 계속했다. 
"당신의 대사로 가득 찬 그 발렌타인 데이가, 우리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지금 하나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도 알아채주지 않는다니..."
미나코님은 눈을 돌려서, 일부러 놀란 표정을 만들어보였다. 꽤나, 아니 무척이나 이 장소의 분위기에 들떠 있다. 
"저, 미나코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면 안될까?"
레이님이, 기다리다 지쳐서 질린 듯이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유미도 마음 속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나 설명하고 있는데'라고 미나코님은 말하지만, 뭐를 말하고 싶은 건지 적어도 유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아마도 그건 미나코님을 제외하고서 여기 있는 사람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두들 미심쩍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야, 미나코님은 그 말을 한 장본인이니까 '방법을 알고 있는 마술'같이 모든 것을 알고 있겠지만. 
"어라, 그래?"
그 장소의 분위기를 그제야 깨달은 미나코님은 지참한 차색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서는 테이블 위에 놓았다. 
"단도직입이라. 좋아, 그러면 부통인 분들에게 부탁이야. 2월 14일은 부디 신문부를 위해 스케줄을비워줬으면 좋겠어."
"하!?" 
부통인 3명은 물론이고, 유미도 요시노도 동시에 되물었다. 분명히 단도직입이지만, 이번에는 간격을 엄청나게 벌려놓았기 때문에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말이지, 신문부의 발렌타인 기획에 협력해주었으면 해서. 산백합회와 신문부의 공동기획으로, 발렌타인 데이를 성대하게 치르고 싶다는 거야. 평상시에 신세를 지고 있는 일반학생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 모두의 반응을 보니, 산백합회는 특별한 행사를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하고." 
미나코씨는 몸을 일으켜서는 테이블에 널려진 채로 아직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서류를 부통인 3명에게 건냈다. 
"대체 무얼 하자는 거지?"
사치코님은 서류를 받아들면서 중얼거렸다. 예쁘게 프린트된 그 A4 용지는 부통의 몫밖에 없었던 것 같았기 때문에, 얻지 못한 요시노와 유미는 필연적으로 각자의 언니에게 붙어서는 그것을 엿보게 되었다. 
"기획서의 복사본을 보면 알게 될 거라 생각하지만..." 
"'보물찾기, 부통의 초콜릿은 어디에!?'라니... 대체 이건." 
레이님이 있는 힘껏 일어서서는, 미나코님의 이른바 '기획서'를 탁탁하고 두드렸다. 그건 그렇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들이내밀어진 기획서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 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니까. 덤으로 타이틀에서부터 '단순한 참가자'가 아닌, '주요 멤버'라는 냄새가 풀풀 풍기고있기도 하고. 
"말 그대로의 의미. 부통 세 명이 교내에 수제 초콜릿을 숨기고 그것을 찾은 학생이 승리."
미나코님은 일어선 레이님을 앉은 채로 올려다보면서 히죽 웃었다. 
"그러니까, 우승자는 최대 3명이 된다는 것."
사치코님의 초콜릿, 레이님의 초콜릿, 시마코의 초콜릿. 각 1개씩 비밀의 장소에 숨겨서, 그것을 찾아내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었다. 미나코님의 음모, 아니 기획이 슬슬 드러나는 것인지 희미하게윤곽이 나타났다. 보물찾기 게임. 조금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그런데 알 수 없네. 신문부의 부장이, 어째서 산백합회에 그 기획을 가지고 온 거지?"
'지금까지 멋대로 했으니까, 이번에도 스스로 전부 해보는 건 어때?'라고 레이님이 선 채로 팔짱을 끼고서 말했다. 분명히 학교신문이기도 한 리리안 백서는 지금까지 전혀 독자적인 길을 돌진해왔다. 어느 정도냐고 물으면, 산백합회 간부들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나. 확실하게 말하자면, 신문부는 눈에 거슬리는 부라고 평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또 뭔가 터무니없는 함정을 파고 있지는 않을까하고 경계심을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의견은 지당하지만, 레이씨. 슬프게도 신문부에는 꽃이 없어요."
"꽃이라..."
변함없이 서있는 채인 레이님, 옆에 앉아있던 요시노에게 "앉으세요, 언니."라고 손으로 잡아당겨져서야 겨우 착석했다. 
"이벤트란 것은, 참가자가 많을수록 성대해지지요. 참가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우승상품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안돼요. 하지만, 예산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고가품을 선물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부통들에게 협력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이해되셨나요?"
신문부와 산백합회의 금년도 예산의 예비금을 합쳐서, 이벤트의 자금으로 할 생각이라고 미나코님은 설명했다. 이벤트의 자금이란 것은, 뭐, 초콜릿의 재료비라던가 포장을 위한 대금이라는 것 같다. 거기다 예산을 합쳐서 기획서에 계산해놓았다. 생각보다 미나코님은 확실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신문부의 메리트는?" 
예의 그 신문부가, 뒤로 물러선 채로는 만족할 리 없다. 레이님, 역시나 알고 있다. 
"또 꽤나 직설적으로 물어보는군요, 레이씨는."
미나코님은 긴장해서 조금 목이 굳어져서는 웃었다. 
"유감이야. 성격상, 돌려 말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아."
"알았어요. 그럼, 레이씨가 좋아하는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하지요. 이 발렌타인 기획이 실현된 경우에, 신문부는 '리리안 백서' 지상에 독점 리포트 할 수 있는 권리를 얻도록 하겠어요." 
발렌타인 기획의 독점 리포트! 
"...신문부가 생각할만한 일이네." 
반은 질렸다는 듯이, 사치코님이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되돌려주듯이, 살짝 기획서를 테이블 위에 미끄러지듯이 놓았다. 
"모처럼이지만, 협력할 수 없어.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어디라는거지? 할 수 있다면 희망하는 데로 첨부해서 수정했으면 하는데?"
"이것저것 있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초콜릿이야."
"초콜릿?"
"아, 그건 나도 꺼림칙했어."
레이님도 손을 들어서, 사치코님의 의견에 찬성했다. 
"보물찾기의 취지는 알겠지만, 초콜릿은 받을 수 없어." 
초콜릿은 맛있게 받는 것. 그래서 '받을 수 없어'는 말의 기교라고 할까, 뭐 그 정도는 유미라도 알 수 있다. 레이님은 초콜릿은 보물찾기의 '보물'에 부적당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알았다. 부피가 커지니까!"
머릿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유미는 무심결에 말로 내뱉고 말았다. 그 순간, 한숨에 모두의 주목을 받았고, 사치코님이 차도 마시지 않았는데 무척이나 쓰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있는 힘껏 머리를 조아리는 것과 동시에, 테이블에 이마를 강타. 더 이상 연발할 실수도 없을 것이다. 
"... 유미. 주변이 혼란스러우니까, 조금만 조용히 해줄래?"
"예..." 
어째서 항상 이런 식으로 되는 걸까. 테이블 위에서 부딪친 머리를 이대로 일생동안 들지 않고서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괜찮아?"
요시노가 웃음을 참고서는 물어왔다. 
"...응." 
이마를 문지르면서, 눈물 머금은 눈으로 대답했다. 부딪친 장소는 상당히 아팠지만, 그것보다 아니무엇보다도 마음에 입은 데미지가 가장 클지도... 또 다시, 언니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말았다. 
"사치코님과 레이님은 위생적인 면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지요?" 
급우의 호의라고 할까, 시마코가 구조선을 보내서 이야기를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주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뭐, 그런 것이지." 
"문제는 수제품이란 것일까나. 시판용이라도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것을 장시간 방치하는 것에는 반감이 있어."
겉보기로는 조금 미소년같은 레이님은, 매년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받는 것 같았다. 그것도 부끄러움을 타서인지 신발장의 속이라던가 책상 위라던가에 살짝 놓여있는 것이 무척이나 많다는 듯하다. 그런 것은 또 무기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건 조금 무섭기도 하구나라고 유미도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잘나가는 사람은 초콜릿을 많이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누구도 부통들이 만든 초콜릿을 더럽다고 할리 없지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큰일인데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먼저 발견한 누군가가 장난을 치기라도 한다면... 이라고 생각해보면 역시 식품을 '보물'로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니. 역시나 부통이라는 것인가. 더더욱 언니를 존경할것만 같다. 자연스럽게 아까의 수치심을 리셋하고는 활기를 회복해버린 유미였다. 하지만 그 행복감은 순간이라고 할 정도의 시간에 지나지 않은, 허무한 것이었다. 그 다음에, 그 언니의 입에서 나온 말에, 유미는 해머로 정수리를 맞아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봤을 때는, 초콜릿을 학교에 가지고 온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야."
의자에 앉아있었기에 망정이었지, 아니었다면 3류 코미디처럼 퓽하고 공중 다이빙할 상황이었다.사치코님은 거기에 덧붙여서 계속했다. 
"선생님들은 눈감아준다고 하더라도... 2월 14일에 또 학교 안이 하루 종일 초콜릿 냄새로 가득 
찬다고 생각하니 지금부터 진절머리가 나." 
"..." 
사치코님은 아무래도 발렌타인 데이를 유쾌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사람인 듯하다. 결정타였던 것은, 
"일방적으로 떠맡기는 선물은 민폐라구."
(...그러니까) 
유미는 가능한 한 냉정하게, 머릿 속을 정리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흥분해서 생각해봐도 나오는 답은 똑같았다. 민폐. (라는 말은, 초콜릿을 건넨다는 나의 계획도 소용없는 것이라는...) 당초에는 단지 쇼크라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암울한 기분이 되어갔다.

"알겠어요."
미나코씨가 동의했다. 
"분명히 초콜릿을 숨긴다는 안은 적당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생각해보니 교내에 초콜릿이 범람하는14일이라면, 뭐가 보물인지 알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그럼 포기하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으로 굴복한다면 신문부의 부장이라는 이름이 운다.그런 점은 솔직히 배울만한 것이다. 
"잠깐만."
미나코님은 혼자 작전타임으로 돌입해서, 기획서를 뚫어지게 보면서 뭐라고 중얼중얼 읊고 있었다.그러기를 약 5분. 
"보물을 변경한다면, 이 기획에 동참해 줄꺼야?"
"변경이라니... 대체 무얼 한다는 거지?" 
"손수 쓴 발렌타인 카드. 원래 2월 14일은 초콜릿이 아니라 카드를 주고 있었다는 기록도 있는데..." 
그렇군... 생각이 빠른 미나코님. 하지만... 
"손수 쓴 카드라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시마코가 중얼거렸다. 보물찾기의 보물이 적당한가라는 의문. 고생해서 찾아낸 보물이 종이 한 장이라니, 분명히 그렇게 말한다면 그뿐이지만.... 수제 초콜릿에 비한다면 예산이라던가 노력이 확 줄지도 모른다. 사치코님도, 레이님도 같은 의견인 것 같다. 자신들의 문자가 학생들을끌어당길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겸손도 무엇도 아니라, 냉정한 판단으로 보았을 때 부통인 3명은 아니라고 판정했다. 손수 쓴 카드로는 성대함이 부족하다. 그것을 리포트하려는 신문부의 기획도 역시 공전의 대실패로 돌아가지는 않을까라고. 유미는 사치코님이 손수 쓴 카드라면 반드시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언니에게 홀린 바보'병을 자수하는 꼴이기 때문에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부통들이 그런 의견을 낸다면, 이야기는 빠르지요."
미나코님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런 표정을 하고 있는 때에는, 머릿 속으로 터무니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주의다. 
"그렇다면 더 매력적인 것으로 해보자구요." 
아니나 다를까, 미나코님은 공격하는 것은 이때다는 식으로 몸을 앞으로 내밀고서 말했다. 
"매력적으로 한다?"
"카드는 부상의 교환권이 된다는 것은 어떨까요?"
"부상?" 
'그건 뭐야'라고 모두가 되물었다. 카드란 것은 카드 자체가 선물이 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예를 들면 부상은 반나절 데이트 권."
"반대!!"
미나코님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요시노는 일어서서 외쳤다. 
"절대, 절대, 절대반대! 그런 건 이상하잖아! 일개인의 개인적인 시간을 상품화한다니 잘못된 게분명해!" 
요시노도 참... 완전히 패닉을 일으키고 있다. 겉보기에는 점잖고 귀여운 고양이라는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있다. 황장미혁명으로 대담한 일면이 엿보였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요시노의 신화는 건재했기 때문에, 언제나 멀찍이 바라보는 것 같았던 미나코님에게는 자극이 너무 심하지 않았을까. 장신의 레이님에게 위협받았을 때보다 더 분명하게 동요하고 있다. 
"유미도 반대지?" 
"에?" 
'당연히 같이 반대운동을 하는 거에요'라는 얼굴로 노려보는 요시노란... 적이 아니니까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기를 바라고 싶다. 
"그...러니까" 
유미는 그때 처음으로 궁리를 해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라 자신의 의견따위는 정리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앞서 실패를 저지른 직후라서, '가능한 한 얌전히 보고 있자'는 방침으로 회의를 듣고 있었다는 것이 정직한 상황설명.찬성인가, 반대인가. 물어본다면 아마도 반대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역시 사치코님은 자신의 언니인데다,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독점한다는 것 따위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시노도 일개인의 개인적인 어쩌구저쩌구라고 그럴듯하게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소중한 레이님이 자신이외의 사람과 데이트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부통이 아니라 장미님들이라면 이렇게까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백합회를 돕고 있는 입장의 사람으로서 의견을 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산백합회는 항상, 일반학생과의 사이에 벽을 허물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욱 친해지기 쉬운 학생회를'이라는 모토로.장미님들이 너무나 지나치게 신성화되어 버렸기 때문에, 다다가고 싶다는 존재가 되지 못할 정도로. 만약, 다음 장미님이 될 지금의 부통들이 일반학생과 친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것은 산백합회에 있어서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우등생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역시 싫다'라고 질투하고 있는 자신이 있음을 발견하고 있는데... 
"발렌타인데이에는 학교 수업이 있습니다만..." 
시마코가 미나코님에게 물었다. 
"그래, 그러니까 보물찾기는 방과 후에 약 1시간으로 예정하고 있어. 괜찮을 거야. 참가자가 많을거라 예상하고 있으니까 1시간정도 있으면 보물은 찾아내어지지 않겠어? 그래도 못 찾는다면,반나절을 찾는다고 해도 못찾는 장소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당일은 방과 후에 구속이란 것으로..." 
유미가 고뇌하는 동안에도 이야기는 점점 진행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받아들여도, 거절해도 부통들에 따라 결정될 일이다. 동생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참고의견에 머물 뿐이었다. 
"데이트는 일요일에 부탁하고 싶어."
"반대! 반대!"
요시노, 소용없다고 알면서도 계속 외치고 있다. 이젠 완전히 자포자기하고 있다. 마지막에는레이님이 요시노의 입을 손으로 막아서 조용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그렇게 '반대'를 연호해봐야 이야기가 되지 않지만. 
"어떻게 생각해?"
이야기를 한번 듣고서, 사치코님은 남은 부통 두 명에게 의견을 구했다. 
"보물찾기라는 이벤트 자체는 재미있는 기획일지 몰라도..."
시마코는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은 표정을 띄었다. 
"문제는 반나절 데이트네. 요시노는 아니지만, 인간을 상품으로 한다니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
레이님도 마찬가지. 하지만 시마코씨의 반대이유는 반나절 데이트에도 있겠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맞추어 한다는 것도 크다고 생각한다. 2월 14일은 성인 발렌티누스의 축일이지, 사랑을 고백하는 날은 아니니까. 
"나도 반대. 그러면 전원일치로 각하해도 되겠지?"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던 사치코님, 나누어준 기획서를 모아서 미나코님에게 되돌려 줘버렸다. 
"잠깐 기다려봐."
허둥대며 파닥파닥 소리를 낸 것은 미나코님. 되돌려진 기획서를 다시 테이블에 돌려놓고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적어도 하루정도 검토해주는 것도 좋지않아?" 
"그쪽에 쓸데없는 희망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가엾게 만든다고 생각해." 
"가엾다고 생각한다면!" 
미나코님은 사치코님, 레이님, 시마코의 얼굴을 한사람씩 보면서 짜내듯이 소리를 내었다. 당연히, 부통의 동생들은 안중에도 없다. 
"무사의 정으로, 대답은 내일 방과 후에 하는 것으로 해주면 안될까?" 
'무사의 정'이라니... 미나코님은 어느 시대의 사람일까. 
"큰 소리치고서 부실을 나왔다구. 거기서 거절당했다고는 입이 찢어진다고 해도 말 못해." 
눈만 위로 뜨고는 아첨을 떠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다니, 상대가 동성의 동급생인 것은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사치코님에게 통하지는 않기 때문에 돌아간 것은 차가운 한마디. 
"오늘은 입 다물고, 내일이 되서 부원들에게 보고한다면?" 
"싫어. 부실에 돌아가면 끝까지 추궁하기 때문에 나, 분명히 자백하고 말꺼야. 
내 동생은 질기니까." 
"그런 건 이쪽이 알바 아니잖아."
이 방에 있는 사람 중에는 비교적 무사에 가까운 레이님도 무사의 정은 없는 듯하다. 사치코님, 레이님에게 차례차례 애원했지만, 어느 쪽에서나 차갑게 거절당한 불쌍한 미나코님, 부탁할 곳이라곤 한 곳 뿐인 시마코의 손을 꽉 잡았다. 
"시마코, 부탁이야."
"... 부탁이라 말씀하셔도..."
"선배가 이렇게 부탁하고 있어. 어떻게 해줘." 
대단하다. 애원이 안통하니까 협박으로 승부. 눌러도 안되면 끌어본다는 속셈이다. 
"잠깐, 미나코씨. 선배라는 입장을 이용해서 후배에게 말하는 것을 듣게 만드는 방법, 비겁하지 않아?"
돌려 말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레이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 말해도 좋아. 나는 대답을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아." 
(이야...) 
눈에 안 띄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유미였지만, 미나코님의 말에는 절로 몸이 뒤로 넘어갔다. 정말로, 미나코님이란 모양새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고 해야할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하나의 살아가는 방법이긴 하지만... 
"...질려버렸다." 
'뭐라고 말해도 좋아'라고 말해진 이상, 그보다 더 심한 어떤 말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레이님은 질렸다는 듯이 어깨가 굳어버렸고, 사치코님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시마코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쩌지요? 특별히 회답을 미룬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는 미나코님이 말한 대로 내일 대답을 하는 것으로 해주는 것이..."
그 이외에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없었다. 상대가 미나코님인데다, 서투른 행동을 했다가는 승인해줄 때까지 부통 3명을 인질로 해서 이 장미의 관에서 농성할 태세. 오늘은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마치고, 대답은 내일하는 것으로 해서, 빨리 돌려보내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할 수 없지. 하지만 미나코씨, 대답을 연기한다고 하는 것은 형식에 없는 것이니까... 잘못되더라도 기대하지 않는 거에요." 
레이님이 다짐했다. '내일이 된다고 해서 앞서 나왔던 대답이 뒤집어지지는 않을거야'라고. 하지만, 미나코님은 대만족의 웃음을 띄웠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럼, 내일 방과 후에 또 들를 테니까."
'세 명의 기분이 바뀌기 전에'라는 느낌으로 의자를 들어올리고는 잽싸게 방을 뒤로 했다. 
"아, 기획서 가지고 가세요."
사치코님이 불러세웠지만, 
"내일, 내일"
하고, 미나코님은 대답도 안하고 차빛의 비스킷 문의 저쪽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전송할 기회를 잃은 유미의 귀에, 스킵의 리듬으로 마루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저거."
사치코님의 중얼거림에, 모두들 '글쎄'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답을 하루 미뤘다고 저렇게 좋아할 수가. 미나코님은 머릿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괜찮겠어요?" 
지금까지 레이님이 누르고 있었던 입이 간신히 해방되고나서 제일 처음으로 요시노가 말했다. 
"괜찮냐니?"
"설마하니, 상대가 신문부인걸요."
요시노의 지적은 예리하다. 지금까지 터무니없는 일을 꾸며왔기 때문에, 미나코님의 의미불명의 행동은 정말 조금, 아니 꽤나 불안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시마코가 말한 것처럼, 내일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레이님이 활짝 웃었다. 
"그렇죠. 단 하루만에 기분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
사치코님과 시마코도 수긍했다.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니까, 자신들이 낸 답을 그렇게 간단하게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짧았다. 단 하루. 단 하루 대답을 미룬 것 때문에 불이익이 생기고 말았다. 어떤 의미로, 미나코님은 산백합회 간부 매니아였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부통들을 움직일 수 있는지, 넘칠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2

"에?"
어쨌든 단 하루 지났을 뿐인데, 장미의 관으로 향한 유미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니까, 받아들이는 걸로 될 것 같아.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사치코님은 분명히 심기가 불편한 듯 했다. 
"저..." 
이럴 때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구하는 것이다. 2층에 있는 방에는 요시노와 시마코, 부활동을 빠지고 온 레이님이, 사치코님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미없다는 얼굴을 하고서 테이블에 모여있었다. 
"압력이 가해졌어요, 미나코님이..."
요시노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뭔가 꾸미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역시나였어... 분해!"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유미가 도무지 알아채지 못하자, 레이님은 검지를 세웠다. 
"위에서부터야."
"위?" 
곧바로 천장을 보았다. 구멍이 뚫려서 비가 샌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아니. 위라고 한다면, 3학년이지." 
"3학년? ... 아, 장미님들!"
"그래. 오늘은 전원 모여서, 점심시간에 정중하게 동생들을 방문한 것이지." 
"...아아."
그러고 보니 함께 장미의 관에서 점심을 먹자고 말했던 시마코가,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갑자기취소하고는 모습을 감추었었지... 점심시간에 갑자기 위원회가 소집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 때 로사 기간티아가 데리고 간 걸지도 모르겠다. 
"저, 그래서?"
레이님하고 '배턴터치'라는 느낌으로 사치코님이 설명을 계속했다. 
"'신문부의 발렌타인 기획을 받아들이도록'이라는 절대명령. 마지막 부탁이라고 말하는데, 거절할 수 있어?"
"그러니까..."
뭐, 보통은 거절하지 못하겠지... 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에 장미의 관에 방문했을 때에 '언니들은 심술쟁이!'라는 발언을 들어버린 입장에서 말해본다면, 사치코님에 한해서는 그 '보통'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임시회의야. 덕분에 오늘 부활동은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자신에게만 언니의 명령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레이님은, 사치코님과 시마코가 반대하는 한 괜찮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방과 후에 빨리도 도복으로 갈아입고서검을 휘두르는 것 따위를 하고 있었다. 장미의 관에서 요시노가 안색을 바꾸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일의 중대함을 알았다는 것이었다. 설마 미나코님이 세 명의 장미님들을 설득할 줄이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입에 오르고 있었던 세 명의 장미님들이 함께 등장한 것은, 이야기가 끊겨서 기분 나쁜 침묵이 방안을 채우고 있을 때였다.

"기다렸지?"

로사 키넨시스, 로사 페티다에 이어, 마지막으로 로사 기간티아. 세트로 보는 것은 학생회 임원 선거의 입회연설 이래로 처음일 것이다. 세분 모두 수험병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눈이반짝반짝, 피부가 반질반질, 머리털도 찰랑찰랑이라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별로, 기다려 드린다는 것 따위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사치코님은 귀엽지 않은 대사를 뱉었지만, 그 토라진 표정은 충분히 귀여웠다. 민폐의 씨를 뿌리러 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로사 키넨시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모양이다. 
"어라, 그럼 우리들이 없어도 막힘없이 회의는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네."
그러고는 겹치듯이 고개를 같이 끄덕이고는 자리에 착석. 장미님들의 기백은 만점. 원래 있었던 다섯 명은 왠지 분위기에 말려들었다고 할까, 어쨌든 파워가 반 정도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로사 키넨시스는 동생인 사치코님에게 물었다. 그것이 제 1라운드의 개시였다. 
"신문부로의 대답은 결정했어?"
"..." 
"사치코." 
입다물고 있었던 것에 대해 주의를 받자, 사치코님은 눌려져 있었던 것을 폭발시키듯이 대답했다.
"언니들이 모여서 그렇게 명령한다면, 우리들은 본의가 아님에도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런, 유감이네. 그 말투를 보니 우리들이 무리하게 시키고 있는 것 같아."
"다른가요?"
"그럼, 물론. 학생회 임원 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부통에게 학생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물려준 거나다름없어. 우리들은 별 볼일 없는 퇴물일 뿐. 너희들이 어떤 식으로 산백합회를 운영할 것인지는,
'마음대로 해'라고 말하는 입장이야." 
"그러면, 왜 참견하셨습니까?"
"참견하다니?"
"참견하셨어요. 신문부에 협력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지?'라고 말한 것뿐이잖아?"
"그게 바로 참견입니다. 우리들은 벌써 어제 결론을 내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머리가 굳어있네."
"죄송합니다만, 그 돌머리를 동생으로 선택한 것은 누구일까요?" 
"나야. 그래서 조금 더 부드럽게 되었으면 좋겠어. 일반학생과의 교류, 좋잖아? 
너, 유미짱을 동생으로 삼고 나서 보기 좋은 표정으로 바꾸는 법도 알게 되었잖아?"
"..."
사치코님의 KO패. 그리고 제 2라운드. 테이블에 양 팔꿈치를 걸치고, 깍지 낀 손가락 위에 올려진 턱을 내밀면서 로사 페티다도 눈을 가늘게 떴다. 
"레이." 
"예."
호명된 레이님은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뱀 앞에 선 개구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드물게도 얌전하게 있는 듯한 느낌. 이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다, 그걸 넘어가주었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경우이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레이님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전혀 즐겁지 않은 것이라는 점도. 
"너도 내 동생이 된 지 벌써 거의 2년이 되었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거라고 생각해." 
"하..." 
레이님은 공기가 새는 풍선처럼, 눈에 보일정도로 작아져갔다. 반대로 언제나 심심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로사 페티다가, 오늘은 눈을 빛내면서 가슴을 펴고 있다. 
"그러면, 대답이 나왔다고 이해해도 되겠지?" 
"언니가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신 데로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안되지. 너 자신이 결정한거야."
'말해'라며 로사 페티다는 레이님을 재촉했다. 
"... 신문부에 협력하겠..." 
"반대!"
참지 못하고, 요시노가 목소리를 냈다. 
"로사 페티다, 그런 압력을 넣는 방법 더럽지 않나요? 레이짱도 레이짱이야, 싫다면 분명히 싫다고말하는 편이..."
흥분이 지나쳐서, '레이짱'을 '언니'로 수정하는 것도 잊고 있다. 
"요시노, 좀 조용히 해."
"그래. 혼란시키지 마. 나는 레이와 이야기하고 있어. 관계없는 사람은 참견하지 말았으면 해."
"관계없는 사람이라니..."
'꺄~악'하고 외치는 요시노를 '바보, 도발에 넘어가지 마.'라고 말리는 레이님. 
"요시노가 정색을 하고 달려들어서 난리를 치면 칠수록, 언니를 부추긴다는 걸 모르는 거야?"
"에?"
"정답."
로사 페티다는 승리로 득의만만한 것처럼 웃었다. 
"아직이네, 요시노짱."
요시노는 '할머니'인 로사 페티다의 본질을 아직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한번만에 무엇이든 해치워버리는 로사 페티다의 집게 손가락은, 이상한 일이나 희소한 것에만 움직인다. 그리고 한번 흥미를 나타낸 이상은, 자라처럼 물고 늘어져서 놓아주지 않는다. 질기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대단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레이님은 가능한 한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장소를 벗어나고자 했다.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로사 페티다는 더욱 더 싫어하게끔 만들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레이님의 노력도 이제 와서는 물거품. 
"내가 결정한 데로 한다고 레이는 말했지. 자, 이벤트에 참가하는 걸로 해줄래?"
로사 페티다는 그런 사람이었다. 제 3라운드. 로사 기간티아가 시마코를 보았다. 
"그런 거니까, 열심히 해."
"... 알겠습니다."
뭐, 2학년인 사치코님과 레이님이 함락된 이상, 1학년에 불과한 시마코가 혼자서 싸울 수는 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로사 기간티아... '열심히 해.'라는 응원은, 어째서 학생회 선거 때에 해주지 않고서 이제야 써먹는 걸까. 
"뭐~야, 유미짱. 재미없는 것 같은데?"
로사 기간티아가, 유미의 얼굴을 보고서 웃었다. 
"별로."
"그으래? 당당하게 삐지면 좋을 텐데. 요시노짱처럼." 
"요시노?"
뒤돌아보니, 어떻게 보아도 '그런 일 없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서, 요시노가 레이님의옆에서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볼거리에 걸린 아이같다. 요시노는 정직하다. 레이님이 누군가와 데이트한다는 것 따위는 질색이고, 그래서 있는 힘껏 반대해서, 졌기 때문에 이렇게 저기압이 되었다. 강렬하지만 알기 쉽기 때문에 귀엽다. 레이님이 쓴 웃음을 지으며 요시노의 어깨를 살짝 감쌌다. 사치코님이 슬쩍 유미를 보았다. 유미가 그것을 알아챈 것은, 유미가 먼저 사치코님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들면, 언제나 모습을 쫒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만다. 일순간 엮인 시선을, 사치코님은 금방 풀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웃어주면 좋을텐데'라고유미는 생각했다. 그렇게 해준다면 안심할 수 있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하고 있는 자신이 적어도NG는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이 가능한데도. 하지만, 지금의 사치코님은 동생의 일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신문부의 기획에 참여한다고 해도, 이쪽의 조건과 수정안을 더할 필요가 있어요."
레이님과 시마코를 향해 동의를 구한다. 이미 머릿 속은 바뀌어져 있다. 
"그렇지. 말할 필요가 있는 걸까?"
"동감입니다."
로사 페티다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유미도 좀이 쑤셔서 자신의 왼손 끝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오후 4시... 가 되자, 계단에서 삐걱삐걱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미의 관은 오래되어서, 힘줘서 오르내리면 2층의 방에도 벽에서 마루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노크하고서 바로 열린 문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역시나 츠키야마 미나코님. 시간에 맞출 거라 예견한 건지, 때를 기다린 건지, 어쨌든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회의가 조금 가라앉았을 거라고할 만한 시간에 맞추어서 등장한 것 같았다. 왜냐면 '결과는 좋았습니까?'라는 느낌으로 장미님들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역시 미나코님이 3학년에게 발렌타인 데이 기획을 이야기해서 협력을 부탁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듯 했다.  

 
  3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시켜 주세요."
미나코님이 의자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사치코님은 어제 미나코님이 놓아 두었던 기획서를 손에들면서 말했다. 왜 어제와는 반대로 협력할 생각이 들었는지, 그런 것을 일일이 속 들여다보이게 설명하는 것은 시간의 낭비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 건 계략을 짠 미나코님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도중에 생략해도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신문부에서 본다면 요는 부통들이 기분좋게 협력해준다는 것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좋을 뿐이었으니까. 유미가 요시노와 둘이서 나누어서 모두의 홍차를 타고 있을 때도, 기획회의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발렌타인 카드의 형식에 있어서는, 세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다고 생각해. 색이라던가, 크기라던가,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이야기해줘. 단, 그것이 데이트의 교환권도 겸하고 있으니까 신문부가 약간 공간을 할당받았으면 해. 지금으로서는 눈에 안띄는 뒷면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카드를 교환권으로 한다면, 카드 자체가 회수되어 버리게 되는데 그것으로 좋은 거야?" 
의미없이 서류의 모서리를 두드리면서, 레이님이 체크표시를 했다. 
"아, 그러네. 깜빡했어. 모처럼의 자필 카드니까. 교환권은 별도로 만들던지, 제시하는 것으로 시험해보자고." 
미나코님은 자신의 기획서에 날아갈 듯이 써내려가면서 메모했다. 일단 주문을 받는 것은 부통들이기 때문에, 장미님들도, 부통의 동생들도 참견하지 않는다. 참견하지는 않지만, 동향은 확실하게 지켜보고 있다. 전자는 흥미본위로, 후자는 질투하면서. 
"저, 카드를 숨기는 장소는 우리들이 결정하는 겁니까?"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시마코. 
"그대로야. 누가 뭐래도, 동경하는 부통이 어디에 숨기는 지를 추리하는 것이 참가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즐거운 것 아니야? 대신, 제3자가 적당히 찾아낼 수 있다면 재미없잖아. 물론, 사전에 신문부에 상담하는 것으로 되어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자 알아서 지혜를 짜내서, 보물을 숨길 장소를 결정해 줘." 
'상담 필요'라는 것은... 예를 들면 숨긴 장소가 부적당한 경우라던가, 너무 단순한 장소라면 게임이 되지 않으니까 그걸 피하기 위한 거라고 미나코님은 설명했다. 그건 그렇다. 학원장의 책상서랍 안에 숨긴다면 학원장 이외의 사람은 찾을 수 없는 거니까. 그 이전에, 숨기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범위는 고등부의 영역 안과, 교정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어. 당일 '리리안 백서의 호외로 게임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범위 내를 표시하는 지도를 게재해서 찾아도 좋은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를 적어두자고 생각하고 있어. 선생님과 학생이외의 학교관계자, 내빈 등을 불편하게 만들면 안되니까." 
"직원실, 응접실, 학원장실, 진로지도실... 뭐, 들어가면 안되는 장소가 꽤 되는데... 라는 말은학생들이 하루종일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소로 제한한다는 것이네." 
"교정, 복도, 도서관... 교실과 부실은 어때?" 
"교실과 부실은 범위 외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특정의 사람이 유리해질 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유품도 놓아두는 장소니까. 그리고 이 기획에 참가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폐를 끼친다구." 
"그러네. 그럼, 체육관은?" 
"당일, 부활동이 행해지는 장소는 제외. 단, 사용하지 않는 장소는 선생님의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범위에 넣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탈의실은 당연히 'X'지만, 체육관의 화장실이라던가 지하통로 등은 'O'일까... 체육창고 따위의하루종일 잠겨있는 곳은 범위 외라는 건가..." 
'싫지만 받아들였다'고 하기에는 부통들이 꽤나 심각하게 기획회의에 몰두해 있었다. 이왕할 거라면 도중에서 어중간하게 하는 것은 싫다고 하는, 그런 기백이 전해져 온다.

"한가지 묻고 싶은데?" 
계속 조용하게 듣고 있던 로사 키넨시스가 손을 높이 들었다. 
"예?" 
"여긴 어떻게 할 생각?" 
"여기?"
여기라면 로사 키넨시스가 가르키고 있는 테이블... 은 아니었다. 
"여기... 라면... 언니, 장미의 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치코님이 조용히 물어보았다. 
"그래. 가능하다면 보물찾기에 이 장미의 관도 넣어주지 않을래?"
"그건 관계없습니다만. 왜입니까?"
"졸업을 눈 앞에 두고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어." 
"그게 이곳?"
"그래. 장미의 관."
로사 키넨시스의 이야기로는 고등부의 3년 동안에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거의 행동으로옮겼지만, 유일하게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 그것이 장미의 관의 일반 개방이었다. 장미의 관을 일부의 학생들이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일반 학생들이 더욱 찾아오는 장소로 하고 싶다. 장미의 관은 말하자면 학생회실이기 때문에, 더 기분 좋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미님들이 해가 갈수록 신성화되었고, 또 장미의 관이 학교에서 독립한 건물로 존재한 것도 한몫해서, 양쪽이 어느 사이엔가 서로 접근하기 힘든 존재가되어버렸다. 긴 세월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한 세대만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수정하지 못하고 졸업의 시기를 맞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졸업하기 전에 일반 학생들로 붐비는 이 관을 보고 싶다구. 그러니까 너희 대에는 어떤 산백합회를 꾸리더라도 좋아. 우리들에의 전별의 의미로 부탁하고 싶어. 이게 내 꿈이니까." 
한번 발을 들인 학생은, 다음부터는 쉽게 찾아올 수 있다. 그런 것조차 로사 키넨시스는 조금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미나코님이 동의했다. 
"그런 거라면 보물찾기의 장소에 추가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당일 장미의 관은 본부로서 사용할까 생각중입니다만..."
"본부?" 
"우리 신문부원과 부통들의 대기소같은 것입니다."
카드를 찾아낸 학생이, '제가 찾았습니다'라고 신고하기 위해서도 관계자의 장소는 분명하게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부통은 부통대로 보물찾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교내를 어슬렁거린다면,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 시간에는 얌전히 대기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좋잖아. 본부로 써도."
로사 페티다가 하품을 참으면서 말했다. 
"부통도 신문부원들도, 시작해버리면 그렇게 바쁘지 않잖아? 이 테이블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보물찾기를 견학하는 것도 좋겠지. 셀프 서비스로 차를 마시는 것도 좋겠고. 뭐하다면 떠들면서 있는 것도 어떨까?" 
"그런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으면 패닉..." 
"그러면 그것 나름대로 좋잖아? 그거야말로 로사 키넨시스의 이상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로사 페티다의 말투로 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2월 14일은 등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 있다고 들으면, 컨디션조차 만전을 기해서 반드시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들도 부탁을 하나 했으면 하는데..."
로사 기간티아가 '음...'하고 말을 늘이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 이벤트. 산백합회 간부로서 기획에 참가하는 것은 부통만으로 해주었으면 좋겠어." 
"하?"
"그러니까, 이 의견이 통과된다면 우리들은 이 방을 나간다구. 유미짱과 요시노짱도 함께 말이지." 
"에?" 
"에라니, 뭐야. 외부인이 회의에 참가한다는 게 말이 돼?"
"감시역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대단한 기획이 될까나."
"요시노짱, 자신의 언니를 믿지 못하는거야?"
"..."
"유감. 요시노짱에게 있어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자, 그럼, 열심히 관계자로서 혹사당해봐. 미나코씨,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미나코씨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장미님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숨죽인 웃음. 대체 뭐가 그렇게나 재미있는 걸까. 
"유미짱, 어쩔래?" 
"에?” 
"몇 백 분의 일의 확률을 걸고, 사치코와의 데이트를 얻고 싶지 않아?"
그야, 당연히... 
"하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한 것은 요시노. 대답과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서 장미님들의 패거리 안으로 날아들었다. 어이어이, 냉정해지는 편이 좋아요. 로사 기간티아는 지금, '레이'가 아니라 '사치코'라고 말했으니까. 
"유미도, 이쪽에 붙는 편이 좋아요."
머리의 회전이 유미보다 빠른 요시노는, 변신의 빠르기도 전광석화였다. 
"...어떻게 된 거야?"
"외부인이 된다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는 말. 그렇지요, 로사 기간티아?"
"정답. 그렇지, 부장님." 
"예."
말 전하는 놀이처럼 차례로 돌아온 대답은, 간신히 미나코님에 의해 멈춰 섰다. 
"부통의 자매도 참가하는 것이 된다면, 화제가 되기 때문에 대환영입니다. 운영진은 신문부의 부원만으로도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하고... 부통들만 좋다면야."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시마코가 말했다. 
"요시노들이 그것으로 납득해준다면."
레이님으로서 본다면, 요시노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뭐라도 OK란 느낌. 기분이 가라앉아서 공연히화를 내는 요시노는 최악이니까. 발렌타인 데이가 끝날 때까지 "반대'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가는아무리 대단한 레이님일지라도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사치코님은, 
"이럴 때의 잡무야말로 동생의 손이 필요한데..."
라고 투덜투덜하기는 했지만, 결국 반대할만한 큰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동의했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찬성할 바에는, 잡말은 안달아도 좋을 텐데. 하지만, 그야... 사치코님이 지는것을 싫어하는 청개구리니까. 
"그럼, 결정된 거네." 
라는 이유로, 그날의 회의는 해산했다. '외부인'이 밖으로 나갈 것도 없었다. 창밖은 깜깜해져서,벌써 학생들이 강제적으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4

"왠지, 터무니없는 것이 되어버렸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은행나무가 늘어선 길을 걸으면서, 유미는 요시노에게 말을 걸었다. 부통들은 뒤쪽으로 3미터의 거리를 두고서 14일의 계획을 짜는 데에 여념이 없다. 1학년이 뒷정리를 하는 동안에 미나코님은 신문부의 부실이 있는 클럽 하우스에 일단 돌아갔고, 수험생인 장미님들은 급히 가버렸기 때문에 결국 언제나의 멤버가 남게 되었지만, 오늘에 한해서는 하교집단이 3대 2로 분명하게 나누어져 버렸다. 
"나, 반드시 레이짱의 카드를 찾아낼꺼야."
요시노는 벙어리장갑으로 주먹을 쥐어서 들어올렸다. 여전히 긍정적이고, 적극적인데다, 자신만만이다. 
"괜찮아, 유미. 동생이란 건 말이지, 동생이란 것만으로 유리한 거야. 동생이 아닌 사람과는, 고작몇 백배 가지고는 비교할 수도 없어. 알겠어?"
"으...응."
'누가?'라는 말도 못해보고, 요시노의 기백에 압도당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곳에서 불쑥 고개를 들이대었으니... 
"우선, 첫째로 취미와 기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요시노로서는 손가락을 하나씩 꼽을 생각이었겠지만, 네 손가락이 들어가는 벙어리 장갑이라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 찌그러져서 모양이 변했을 뿐이다. 
"취미와 기호를 안다는 것이 어째서 유리한 거야?"
"카드를 숨기는 장소의 단서가 되잖아."
"아, 그렇구나."
예를 들면, '은행을 싫어하는 사치코님은 절대로 은행나무가 늘어선 옆에는 숨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이다. 아... 하지만 이런 건 너무나 대략적인 추리. 
"그리고, 옆에 있으면 불쑥 힌트가 입에서 나올지도 모르잖아."
"무리야."
'그럴 일은 없을 거야'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사치코님에 한해서는, 그런 실수는 절대 하지 않는다. 
"무리가 아니라니까."
자신만만한 요시노. 
"그런가..."
레이님이라면 모르겠다. 물론 고의로는 알려주지 않겠지만, 요시노에게 이쪽저쪽으로 공격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단서를 입에 올릴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언제 숨겼는지, 태도로 알 수 있는 걸."
"..."

 

결국. 유리한 것은 일반적인 '동생'이 아니라, 요시노 혼자만이 아니냐고 생각했다. 자신이 있으니까 요시노가 그렇게 연호하던 '반대'를 무척이나 단순하게 철회한 것이겠지... 이제서야 알겠다. 
"난 자신 없는데..."
입에서 나온 하얗고 큰 덩어리는 한숨. 얼마나 자신이 없는지, 눈으로 확인해버린 느낌. 
"아아... 반나절 데이트라. 좋겠다..."
사치코님의 카드를 손에 넣을 미래의 누군가가 부럽다. 레이님과 항상 같이 있는 요시노의 경우에는 자신 이외의 학생이 레이님의 시간을 구속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을 뿐이라서, 데이트 자체에는 전혀 가치가 없는 것 같지만. 
"좋겠다니. 유미는 정월에 사치코님의 집에서 같이 지냈잖아?"
"하지만, 둘이서만 지낸 것이 아니잖아."
둘만이 아니었다기보다는, 사치코님에게 '많은 손님 중에 한 사람'이라고 인식되었을 뿐이었는지도. 게다가 그 장소에는 천적이 한 마리 섞여 들어와 있기도 했었고. 
"그렇구나. 유미가 찾는다면 더블 데이트로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라면 안하는 편이좋겠네."
'후후후'라고 어깨를 조금 올리며 웃는다. 무섭게도 요시노는 정말로 자신이 레이님의 카드를 손에넣는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러다가 누군가에게 먼저 뺏겨버리기라도 했다가는 어떻게 되어버릴까 걱정이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라는 일이 절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발렌타인 데이가 될 때까지 이런 패턴이 많아질 것 같아." 
교문까지 오자, 요시노는 멈춰서서 왔던 길로 되돌아섰다. 거기에는 두 명의 언니와 한 명의 동급생의 모습이 있었다. 다음에 홍백황의 장미가 될, 부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응."
동감을 표시했지만, 유미는 슬그머니 '그렇지 않을지도'라고 생각했다. 발렌타인 데이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관계가 계속될 거라고... 사치코님이 로사 키넨시스가 되어버리면, 분명히 지금처럼 바보같은 동생의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학생회장으로서 더욱 더 바쁜 1년이 시작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되었을 때, 자신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유미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쫒느라 바빠서, 조금씩 커져가는 언니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왜 그래?"
사치코님이 물었다.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유미는 고개를 숙였다. 언니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언니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동생이 빨리 되지 않으면 안된다. 
"부통들만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불안하게 만들어버렸구나.” 
그래요, 가볍게 웃으세요. 사치코님은 '돌아가자'라고 말했다. 레이님은 요시노와 어울려서 둘이서학교의 높은 담장과 붙어있는 골목길로 가버렸다. 시마코는 그녀답지않게 서둘러서 달린다고 생각했더니, 정류장에서 크게 손을 흔들어서 버스를 세웠다. 
"사치코님, 유미, 빨리!" 
승객의 대부분이 리리안 여학원의 학생이라고 말하는 노선버스는, 늦은 시간에는 원래의운행대수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큰일이었다. 이 시간에는 공교롭게도 버스를 기다리는학생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버스의 라이트를 확인한 시마코가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저런, 큰일이네." 
사치코님이 작게 외치면서, 유미의 어깨를 감싸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시마코를 따라서버스정류장까지 달려서는 기다려준 버스에 뛰어들었다. 출발하는 버스. 달그락거리는 차안에서 제일 끝부분의 좌석에 넘어지듯이 앉고는 '살았다'라고 세 사람은 함께 웃었다. 그래서... 
유미는 사치코님에게 말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불안해하는 이유는 날이 어둡기 때문이 아니었다는것을. 사실, 그것은 확실히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