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5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1- 리서치

발렌티누스의 선물:전편(ウァレンティ-ヌスの 贈り物:前編)

깜짝 초콜렛(びっくりチョコレ-ト)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기분 좋은 아침의 인사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울려 퍼진다. 
마리아님의 정원에 모여든 소녀들이 오늘도 천사와도 같은 순진한 미소로 높게 솟은 문을 지나가고있다. 더러움을 모르는 심신을 감싸고 있는 것은 짙은 색의 교복. 스커트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 세라 깃이 뒤집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 것이 이곳의 예의. 물론, 지각을 눈앞에 두고 뛰어다니는 품위 없는 학생 따위는 존재할 것 같지도 않다.

 

사립 리리안 여학원(私立 リリアン女學園). 
메이지 34년(1902년)에 창립된 이 학원은 원래 권문세가의 영애를 위해 지어졌다고 하며, 전통있는 가톨릭 계열의 상류층 여학교이기도 하다. 도쿄 근교. 무사시노의 모습이 아직 남아있어 녹음이 우거진 이 지역에서, 신께서 지켜보는 가운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을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소녀의 교육장. 시대가 흘러, 연호가 메이지에서 3번이나 바뀌어서 헤이세이가 된 지금까지도, 18년이 지나면 온실에서 자란, 순수 배양된 아가씨가 포장되어 출하된다는 시스템이 아직 남아있는귀중한 학원이다.

 

그런데, 리리안 여학원에도 2월이 왔다. 2월의 행사라고 한다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발렌타인 데이. 누구야? 절분(역주 - 입춘 전날)따윌 말하고 있는 사람이. 생각해봐. 귀신 얼굴을만들거나 큰 소리를 내면서 콩을 흩뿌리는 것을 순수하게 즐기는 것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아슬아슬한 한계잖아? 그 증거가 이 무렵의 백화점. 식료품 층의 넓은 장소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는부족해서, 보통은 핸드백이나 스카프를 세일하기도 하는 장소에 특설회장을 만들어서는 그것까지 빌려서 초콜릿을 팔고 있잖아. 이게 콩뿌리기에 쓰는 바삭바삭한 대두(大豆)라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아. 기껏해야 슈퍼에서 계산대 근처의 손수레에 쌓여있는 정도지. 맛으로만 봐도, 달고 입안에서녹아내리는 초콜릿 쪽이 압승. 시추에이션으로만 봐도, 귀신에게 콩을 던지는 것보다는 좋아하는사람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편이 좋다는 것은 당연하잖아. 
뭐? 여학교인 리리안이 발렌타인 데이와 관계있냐구? 걱정마. 사람을 생각한다는 고귀한 마음가짐앞에서는 성별 따위는 관계없는거야. 머리 굳은 선생님들도 그날만큼은 보고서도 못 본 척한다구.그러니까 2월 14일이라는 날은 초콜릿에다 가슴에 감추어 두었던 마음이나 평소에 가졌던 감사의기분 등등을 담아서 건네는 절호의 찬스다.

 

 

 

     리서치(リサ-チ)

 

 

1

 

"발렌타인 데이?" 
눈을 깜빡이며, 요시노가 되물었다. 
"에... 벌써 그런 화제가 입에 오르는 계절이네." 
그러니까 방과 후, 장미의 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복도를 둘이서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생각나서 유미가 건낸 이야기였다. 학생회 임원 선거도 무사히 끝났으니까, 슬슬 '첫 발렌타인 데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해두어야지'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벌써'라니... 그날이 되기 한 달 전부터 백화점에서도 슈퍼에서도 발렌타인 상품 전쟁이 시작되었다구."
"그런가, 그러네... 3주도 안남았구나." 
요시노는 장갑을 낀 채로 손가락을 꼽아보고는, "음..."이라고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무엇에 대해서든, 유미보다 한 발짝 앞서가는 듯한 사람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대행사를 잊고 있었다는 것은 드물었다. '선수필승'이 좌우명인 요시노라면 계절을 앞서서 준비할 줄 알았는데...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건가, 사람의 머리란 것은..."
"무슨 소리야, 그건?"
유미는 되물었다. 잠시, 주머니 속에 있는 1회용 손난로를 쥐어서 따뜻해진 손을, 바람맞아 시려진귀에 헤드폰처럼 대고 있었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야. 발렌타인 데이라니, 기분이 가라앉아." 
"어째서? 레이님께 초콜릿 안주는거야?"
"주지. 매년.... 이란 것은 올해도 안주면 안된다는 거지." 
요시노는 정말로 기분이 가라앉은 듯이 중얼거렸다. 기분이 무거우니, 발까지 무거워져서는 결국멈춰서고 말았다. 학교 건물에서 중앙 공원 쪽으로 나오는 곳. 눈앞에는 리리안 여학원 고등부 학생회실이 있는 장미의 저택(館)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안돼' 라는 건 아니겠지만... 매년 하던 것은 올해만 안하면 이상하지 않아?” 
"그렇지 뭐. '황장미혁명' 이후의 첫 발렌타인인데, 안줬다가는 아마 삐질테니까. 레이짱의 성격상." 
"주고싶지 않은거구나, 요시노."
이야기가 이야기인 만큼, 장미의 관에 도착한 것은 좋았지만, 안에 들어가려니 들어갈 수 없어서할 수 없이 문에 기대어 이야기를 계속했다. 유미는 사실 너무 추워서 견딜 수 없었지만, 이쪽에서건 이야기인데다 만에 하나라도 레이님이 들었다가는 큰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꾹 참았다. 레이님은 요시노의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토라져버릴 것이다. 
"주는 것 자체가 말이지, 싫은거야."
하지만 요시노의 경우는 주는 물건이 문제인 듯하다. 
"상대가 레이짱이잖아. 그 압박감을 알려나... 매년 커져가는 초콜릿 케이크와 바꿀만한 것으로,이쪽에서는 무얼 주어야 좋은거야?"
"어, 뭐야, 레이님도 선물을 주는거야?"
"그래."
들어보니, 매년 발렌타인 데이에는 초콜릿 과자를 교환해왔다고 한다. 그것과 세트로, 한 달 뒤의 화이트 데이에는 또 캔디나 쿠키 등의 교환이 행해졌다고 한다. 
"매년 커져가는 초콜릿 케이크라..."
한순간 부럽다고 생각했지만,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건 분명 묵직한 중압감일지도 모르겠다.요시노의 언니이기도 한 하세쿠라 레이님은, 무척 짧은 머리를 하고 있고, 죽도를 휘두르고 있다고알려진 사람으로, 외관상으로는 상당히 아닌 것 같지만, 그 내면은 무척이나 여성스러워서 과자 만들기 같은 것을 시켜보면 쿠키라도, 케이크라도, 어떤 것이라도, 프로도 울고 갈만한 것을 만들어버리는 실력의 소유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별거 아니었다구. 수술 전에는 내가 몸이 약했잖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할까... 시판되는 초콜릿이나 그걸 녹인 것에 불과한 것도 용서받았지만..." 
이번부터는 그럴 수는 없다. 게다가 요시노의 경우에는 한번 파국을 맞이하고 새롭게 엮어 맺은관계이기도 하다. 이럴 때에는 평상시 이상으로 손을 놀린 초콜릿을 만들어서 건네지 않으면 모양이 나지 않는다. 요시노는 여러 방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듯 했다. 그 결과, 잠재의식이 발렌타인 데이를 생각나지 않도록 봉인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히 레이님은, 요시노가 준 거라면 설령 시판되는 초콜릿이라고 하더라도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판되는 초콜릿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요시노 자신이다. 결국은, 자신이 자신을 궁지로 몰고 있는 것뿐이겠지만... (......) 
요시노도 그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유미는 결코 입에 담지 않았다. 
'바보짓하고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진심으로 고민하기도 하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어째서 초콜릿이라고 정해버린 걸까?"
요시노는 입에서 하얀 입김을 무척이나 많이 내뱉었다. 
"좋지 않을까? 다른 거라도. 예를 들면 수제품 중에 아무 거라도."
"수제품?"
깜짝. 요시노의 어깨 끝이 떨리고 있었다. 
"앗...!" 
말하고서 금방, 유미는 '아차'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친구에게 구원의 손을 내민다는 의도였지만, 밸런스를 무너뜨려서 자신부터 진창에 빠져버렸다. 
"손으로 짠 스웨터라는 거? 머플러라는 거?"
'진절머리나는' 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얼굴을 하고서 요시노가 말했다. 
"미안... 무심결에..." 
"괜찮아. 유미 때문이 아니야." 
지금 요시노의 손을 따뜻하게 하는 장갑은, 레이님의 수제품이었다. 장갑뿐만 아니라, 요시노가 교실에서 애용하고 있는 무릎 덮개도, 겨울용의 방석 커버도, 모두가 레이님의 수제품인 것이다. 레이님이라는 사람은, 제과뿐만 아니라, 뜨개질의 실력도 프로급. 그렇게 손놀림이 좋은 사람에게대체 어떤 수제품을 선물하라는 것인가. '언니가 다르니까,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가 생기는구나'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참고가 되지 못해 미안해."
어깨를 움츠리며, 요시노는 문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았다. 
"어?" 
"이번의 발렌타인 데이. 유미, 사치코님에게 초콜릿 줄꺼지? 내가 어드바이스 해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대단해. 뭐든지 알아맞히는구나."
역시, 탐정 요시노. 생각지도 않게 그 안목을 칭찬하자, 쓴 웃음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유미가 너무 알기 쉬운 것뿐이지."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백면상' 이라고 로사 기간티아가 이야기했지만, 정말로 빈번하게 생각하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이다. 문을 열자, 조금이지만 살갗이 느끼는 온도가 높아졌고, 그리고 2층의 담소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
그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눈을 빛내며 경주를 하듯이 계단으로 달렸다. 언니에게 들키면, '품위없어'라고 주의 받을 정도로 스커트의 자락이 펄럭거렸다. 발렌타인 데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유미의 가슴에서는 고동소리가 높아졌다. '콩닥콩닥'과 '두근두근'이 뒤섞여서, 지금부터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기분이 되었다. 그것이, 분명 1월이 끝날 무렵에 일어난 일.

 

 

2

그로부터 조금 지난 어느 날. 
"발렌타인 데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시마코는 "무슨 일?"이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조금 갸웃거리며 미소지었다. 
"...말이지."
가렵지도 않은 머리를 긁적긁적이며, 유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예상대로라고 할까, 뭐랄까. 시마코의 반응을 봐서는 아무래도 매년 2월 14일,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진상하는 여자아이와는 다른 것 같다. 
"싫다, 유미. 나도 발렌타인 데이정도는 알고 있다구요."
까르르하면서도 품위있게 웃는다. '아, 다행이다'라는 의미로 유미는 '휴'하고 한숨을 쉬었다.'발렌타인 데이에 대한 설명을 처음부터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성(聖) 발렌티이누스'라던가 '성 발렌티누스' 등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되지만... 일본에서는'성 발렌타인'이라고 불러요.” 
"발렌...?" 
"발렌티이누스. 순교한 이탈리아의 성인의 이름이에요. 2월 14일은 그 축제지요." 
"흠..." 
시마코의 설명, 어쩐지 본격적이다. 격조 높기까지 하다. 유감스럽게도 성당에서는 듣지 못한 이야기이다. 여기는 체육관 안에 있는 탈의실. 체육 전의 쉬는 시간이 되면 싫어도 급우들의 넓적다리라던가 속옷차림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야기에 열중해서 옷을 갈아입다가 손을 놓아버린 유미는, 그쯤에서 정신이 돌아와서는 페티코트를 벗고서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패츠를 입었다. 그러고는 원피스와 오버셔츠 대신 입고 있었던 칠할소매에다 목 부분이 V자인 티셔츠를 벗고서, "1- 복숭아 35 후쿠자와"라는 번호표가 박혀있고 흰색 소매가 밖으로 나오는 체육복에다 머리부터 집어넣었다. 생각지도 않게 드러나 버린 두 팔뚝에는, 반소매 아래에서부터 닭살이 돋기시작했다. 할 수 없다. 평소에 과보호한 결과이다. 
"언제부터인가 일본에 정착해버리긴 했지만, 초콜릿과는 무관계에요."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끝난 시마코는, 솜사탕처럼 푹신푹신하게 감은 머리털을 장식하지 않은크고 검은 고무링으로 하나로 묶어서는, 학급을 구별하는 색인 분홍색(桃色) 머리띠로 이마를 '꾹'하고 조였다. 시마코는 어딘가 붕 떠있어서 실체가 없는 느낌이 들지만, 언제나 등을 곧게 펴서 자세를 갖춘다. 추우니까, 더우니까라면서 느슨해지지 않는다. 언제나 몸이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겉모습은 천사같이 예쁜데, 무얼 생각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미스터리하기까지 하지만... 
"그러면, 로사 기간티아에게 초콜릿을 안주는 거야?"
목소리를 깔고서, 유미는 시마코의 귀에다가 살짝 물었다. 
"아, 그쪽의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이제야 수긍했다는 듯이, 시마코는 미소 지었다. "발렌타인 데이, 어떻게 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건낼까, 어쩔까를 질문하고 있다'고 금방 감이 온다면 좋겠지만... 
"초콜릿이라..."
"응. 시마코가 로사 기간티아의의 동생이 된 것이 나보다 조금 빠르잖아? 그러니까 첫 발렌타인데이, 어떻게 할껀가 해서." 
리서치라고 할까나? 조금이라도 많이 정보를 모아서 만전의 대비를 한다는, 뭐 그런 식의 생각으로질문한 것뿐이지만. 요시노의 경우에는 전혀 소용이 없었기도 했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그럴 것 같았어."
특별히 실망하지도 않았다. 시마코의 첫 번째 물음표 때문에, 거의 포기하고 있었으니까. 유미와 시마코는 발렌타인 데이를 대하는 이미지가 전혀 틀리다. 그런 일례가 '발렌티이누스'인걸. 초콜릿을 준다고 하는 속된 일은, 이 사람이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버지에게도 안줄까나? 
"참고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시마코는 요시노와 비슷한 말을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끝맺고는 탈의실을 나갔다. 
트레이너와 저지의 트레이닝 팬츠를 추가해보아도, 2월의 체육은 엄하다. 몸을 데우기 위해 가볍게런닝을 한다 해도, 달리기 시작하면 천사이로 술술 바람이 들어와서 마치 참기대회를 하는 것 같다. 굳어버린 손끝을 입김으로 녹이면서, 유미는 손가락을 삐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날 체육은 농구였다.

 
3.

"그건 그래."
츠타코가 호쾌하게 웃었다. 
"요시노나 시마코는 어느 쪽이던 특수한 케이스인걸. 교본으로 삼으려던 유미가 잘못한 거야."
"휴우..."
그런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라고 자인하고 있는 유미는, 팔짱을 끼고서 신음소리를 내었다. 시마코씨에게 “미안해요”라는 말을 들은 날의 오후. 교실 이동으로 실험실에 가는 도중에 복도를 걸으면서 츠타코씨는 주머니 크기의 카메라를 유미에게 들이대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물어봐야 매한가지야. 유감스럽게도 언니도 동생도 없는 몸이라서..."
유미도 그런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츠타코는, 부활동하면서 동경하는 선배라던가 없는 거야?"
"없어."
얼굴에서 카메라를 때고서, 즉시 대답. 그러고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는 언제나의 대사가 흘러나왔다. 
"사진부의 에이스, 타케시마 츠타코입니다."
"정답."
무테안경이 반짝하고 빛났다. 
"나 이상의 실력을 가진 카메라맨이 리리안에 있다는 거야?"
츠타코의 답변은 조금 질문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동경"을 "존경"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서,목표가 되는 선배 따위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뭐, 그녀의 경우에는 자신이상의 카메라 실력이란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시작으로, 특정의 선배를 인식하는 걸지도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네... 유감." 
"왜?"
"이 기회에 역지명하는 것은?" 
"요시노같이? 관둬."
지긋지긋해하는 듯이, 츠타코는 입이 돌아가서는 목을 움츠렸다. '황장미혁명'때의 일을 생각해낸 것일까? 그러고보니 츠타코도, 정작 사건의 근원지였던 요시노는 제껴놓고서, 그 이후에 파국을 회복한 자매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이었다. "생각해 봐"라며 츠타코는 눈을 반짝였다. 
"리리안에는 멋진 학생들이 무척 많아. 그걸 한사람으로 압축하라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것도 그렇지만, 나에게 언니나 동생이 생겼다고 생각해봐. 그녀 이외의 학생을 피사체로 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지?"
"그러네."
라는 것으로 봐서는 츠타코, 3년간 독신을 지키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대단하고 해야 할까, 뭐랄까. 그 이면을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생활을 앞으로 2년 조금 넘게 바꿀 생각이 없다라는... 도촬과 아슬아슬한 행위는 조금이나마 바꾸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역시 생각한 대로 츠타코도 참고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츠타코는'참고가 되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하는 대신 한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카츠라 주변에서 물어가본다면 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만, 물어봐야 소용없을꺼라 생각해."
"왜?"
"상상이 되잖아? 판에 박은 듯한 발렌타인 데이."
"응."
분명히. 라고 말하면 카츠라에게는 실례이겠지만. 정말로, 분명히 카츠라의 학교생활이란 것은 전형적인 기본형이니까.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재미라던가 의외성이라는 것이 필요한 거야? 
"유미,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봐."
"초심?"
"'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가'라는 것. 네가 이번에 초콜릿을 주려는 상대가 너무 대단한 사람이니까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만전을 기하는 거잖아? 그렇다면, 일반 학생의 에피소드 따위에 귀를 기울여봐야 소용없어. 너에게 정말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해줄 사람은 장미의 관 안에 있어. 아니야?"
"하지만, 요시노도 시마코도 소용없었다구."
"어째서 1학년이 아니면 안된다는거야?"
"에? 하지만, 참고하고 싶은 내가 1학년이니까..." 
유미가 중얼거리듯이 말하자, 츠타코는 어이없다는 듯이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서는 말했다. 
"2학년이든 3학년이든, 1학년의 시절을 경험했어."라고. 
 

4

 

 

"언니에게 초콜릿? 음, 작년에 주었지만. 왜?"
청소가 끝나자 바로 학교 건물 뒤의 무도관으로 달려가 부활동이 시작되기 직전의 레이님을 붙잡았다. 
"아, 저, 참고하려고 하니까 가르쳐주셨으면... 하고 생각해서... 저, 설마 특대 초콜릿 케이크는아니겠지요?"
"설마. 그런 건 학교에 가지고 올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레이님은 깔깔 웃었다. 그리고는 "그런데 요시노가 이야기해버린 거구나."라고 입으로는 말하면서,그다지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레이님, 전혀 요시노의 기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요시노는 별로 특대 초콜릿 케이크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데... 하지만 지금의 화제에 요시노의 고뇌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면목없지만 옆으로 제껴두고서... 
"그렇지요."
라며, 유미는 레이님에 맞추어 '하하하'하며 웃어넘겼다. 
"자그마한 것. 가방에 들어갈 정도니까."
레이님은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펴서는, 공중에 사각형을 만들어 보였다. 딱 문고본 정도의 크기라고 할까. 분명히 그 정도의 상자라면 '자그마한'이라고 말해도 좋을 지도. 학교에 가지고오기에는 무난한 크기. 
요시노와 로사 페티다을 상대하는 방법이 무척이나 다르게 보였지만, 생각해보니 손수 만든 특대 초콜릿 케이크를 받는다는 것은 옆에 사는 사촌동생이나 가질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요시노에게 있어서는 '무거운 짐'이라는 이름의. 
이제야 참고가 되는 정보를 간신히 얻었다고 생각했다. 츠타코씨의 예측은 역시 정확했다. 분명히, 올해의 1학년보다 작년의 1학년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임에 틀림없다.1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이미 그 결과까지 나와 있다고 하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부록으로, 받은언니의 반응 등등을 알아낸다면 더 완벽한 발렌타인 데이를 준비할 수 있을 듯하다. 레이님은 작년, 지금의 유미와 같은 부통의 동생(petit soeur)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기에는 그 이상이 없다고 할 정도의 인물. 이런 일은, 같은 입장이지만 초콜릿을 주는 상대인 사치코님에게는 물어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내용물은?"
두근두근해서 물어보았다. 유명 메이커제의 초콜릿일까, 아니면 어른의 맛이라는 초코 봉봉일까?
"내용물? 아, 초콜릿의 종류?"
머릿 속에서 어제 살짝 보러 갔던 백화점의 식품매장의 풍경이 생각났다. 자그마한 상자에는 고급 초콜릿이 잘 어울렸다. 
"그러니까, 참고하기 위해서니까 대답을 해주셨으면, 하고..."
절인 매실정도의 크기에, 한 개에 몇백엔씩이나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지만, 상대는 사치코님이니까 싸구려 초콜릿 따위는 입에 안 맞을지도 모르고... '여차하면 우체국에 맡겨둔 신년 축하금을 털어서라도'라고 결심했을 때, 레이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트뤼프의 비터. 모두 6개 들어갔던가..."
"트뤼프"
어쩐지 비쌀 것 같은 발음. 백화점의 유리 상자에 전시되어 있던 절인 매실 정도 크기의 초콜릿도그런 이름이 붙어있었던 것 같은... 그래그래,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가격이었다. 그래서, 일반서민에 불과한 유미는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을 해버리고 말았다. 
한 개에 2백엔이면 천2백엔. 3백엔이면 천8백엔. 4백엔이면 2천4백엔. 5백엔이면... 그쯤에서 그만두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왜냐면 일반 서민이니까. 한입에 들어가는 초콜릿 6개 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3천엔(역주 - 우리 돈으로 약 33000원)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아가씨 학교에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부류라고 도매금해버리면 곤란하다. 그 집에 따라서,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재력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유미는 정월에 사치코님의 집에 방문했을 때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같은 일본에 살고,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화폐가치라는 것은 각자 다른 것이다'라고... 특별히 지금의 자기 집에 어떤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왜 그래, 유미짱?"
"아뇨. 조금 현기증이..." 
머릿 속에는, 초콜릿 주변을 나비처럼 지폐가 날아다니고 있다. 
"사치코에게 트뤼프 초콜릿을 주는 상상을 해서 질린 거야?"
"하... 그런 모양이에요."
"괜찮아.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니까 힘을 내보는 건 어때?"
"..."
'큰일은 아니야'라고 말해도... 비교적 가깝다고 느꼈던 레이님의 화폐가치도 유미와는 다른 것인가. '힘내'라고 해도... 점점 기가 죽어가는 듯하다. 거기다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초심이라고 할까나,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고 싶다는 최초의 기분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속적인 냄새가 나는 걸까, 역시... 
"레시피(역주 - 요리나 케이크를 만드는 재료의 분량이나 요리법) 적어줄께." 
레이님은 유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레, 레시피?"
"트뤼프를 만들고 싶다면 말이지. 사치코에게는 비밀로 하고, 잠깐 정도라면 거들어 주는 것도 좋겠지."
유미는 거기서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저, 저기. 레시피란 것, 혹시 트뤼프 초콜릿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인가요?"
"응?"
레이님의 "어라?"하는 것 같은 얼굴을 보니까, 설마하니 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레이님이 로사 페티다에게 준 초콜릿은, 요시노와 마찬가지로 손수 만든 것이라는 말이다. 
"뭐야, 유미짱?" 
"... 아니요."
유미는 말을 얼버무렸다. 멋대로 앞서서 억측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부러 고백할 필요는 없다.그건 그렇고 레이님, 초인이다. 한편으로는 트뤼프 초콜릿, 또 한편으로는 초콜릿 케이크를 거의 동시진행으로 제작하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건 역시 참고가 되지 못할 것 같다. 왜냐면 유미는 자랑은 아니지만, 과자 만들기 따위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도넛의 모양을 만든 정도 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갑자기 트뤼프 초콜릿이라니, 그런... 돈을 운운하기 이전의 문제잖아, 기술 같은 건. 레이님이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레이님이 거의 만들어 줄 정도가 되지 않으면 내년이 되어서도트뤼프 따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레이님이 반 정도 만들어준다고 하더라도, 그건 왠지 '수제품'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벗어나있는 느낌이다. 그건 그렇고, 설마 트뤼프 초콜릿을 손수 만든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유미는 머리를 꾸벅 숙이고는 그 장소를 벗어났다. 초콜릿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었지만, 꽤나 앞길이 험난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