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번외] 나카키요노 -2- 1월 2일, 새해맞이

2일에 신사에서 새해맞이(二日に 神社で 初詣)

 

 

    1

 

봉(일본 명절. 우리나라로 치면 한가위 - 역자주)과 정월.
도쿄는 인구가 준다는 것 같지만, 있는 데는 있고 없는 데는 없달까, 밀도의 차이는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장, 그저 주택가일 뿐인 우리집 주위를 보자면,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한 듯 휑하니 조용해서, 버스 정류소까지 걸어서 약 7분이라는 거리 동안 만난 건 동네의 주인없는 얼룩고양이 한마리 뿐.
정월 2일 점심때쯤 되면, 새해맞이 가려는 사람도 별로 없는 걸 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연하장배달도 오늘은 쉬던가.
평일 아침저녁으로 밀리는 버스길은, 가끔가다 생각난 듯 자가용이 부드럽게 지나갈 뿐, 무지무지 조용했다. 공기까지 맑게 느껴진다.
정류소에서 기다리는 건 나 혼자.
버스가 오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직 올 기색은 없다. 나는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던 큼직한 숄더백을 정류소 의자에 내려놓고 앉았다. 시간표는 평소의 플라스틱 판 위에 정월용 변경표 종이가 붙어 있지만, 굳이 보지는 않는다. JR선과 사유철도 노선 사이를 잇는 이 버스는, 큰 도로 몇군데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학교나 아파트 단지나 병원 같이 사람이 많이 타고 내리는 버스 정류장도 노선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간표대로 오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엄마랑 아빠, 지금쯤 할머니댁에 도착하셨을까나'
무릎 위에 놓은 과자 상자를, 살짝 안았다. 어제 저녁때, 엄마가 사다 주신 것. 다른 사람 집에 신세를 지는 거니까, 하고. 같은 과자를 세 상자. 엄마랑 나랑 유우키가 가지고, 각자 집을 나섰다. 요즘엔, 정초에 영업하는 백화점도 늘어났다.
한발 먼저 나간 유우키는, 과자를 넣은 종이봉투 하나 뿐이라는 가벼운 차림. 남자애는 편해서 좋겠다.
'그러고 보니 유우키는 고바야시네 집에서 자고 온댔던가'
그 애는 밝고 좋은 소년이지. 하며, 같은 학년이지만 누나 모드로 '응응' 하고 혼자 끄덕이고 있다보니, 그걸 계기로 어제 연하장 분류하다 신경쓰였던, 예의 발신인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라......?'
하룻밤 자고 난 것도 있어서, 그 이름의 구체적인 특징은 커녕 어떤 한자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우-웅. '아' 부터 생각해 볼까'
아이카와, 아이자와, 아이다. ......아아, 전혀 아냐.
첫문자가 '아'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버스가 왔다. 정월답게, 정면에 히노마루 판이 붙어 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 정류소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이다, 이케우치, 이타쿠라-'
길이 텅 비어 있으니까, 왠지 유원지의 모노레일에 타고 있는 것 처럼 버스는 부드럽게 달린다.
'우에키, 우사미, 우치다, 우메즈-'
버스에서 보이는 신사는, 둘러쳐 놓은 가느다란 밧줄에 카미시데(새끼줄에 달아서 늘어뜨리는 흰 종이)를 잔뜩 늘어뜨려 놓았고, 평소에는 없는 노점상까지 나와 있었다.
M역 북쪽 출입구에서 출발하는 리리안 여학원 경유 순환버스가 오가며 앞을 지나는 신사도, 정월에는 이런 식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네-,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정월은 신사가 멋을 내는, 일년에 몇 안되는 날. 마리아 축제때 마리아님이 장식되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에토, 에나츠, 에노키, 엔도-'
그러는 동안, 버스는 M역 남쪽 출입구에 도착해 버렸다. 평소에는 20분 넘게 걸리는 길이, 오늘은 놀랍게도 반 이하였으니 굉장하다. 버스를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자, 아직 3일전이기도 해서 역시 기모노 차림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이카와, 오오키, 오카노......'
-오가사와라.
아주 조금, 가슴이 두근하고 소리를 냈다. 오늘 만날 수 있을 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자 계단을 올라가는 다리도 떨릴 만 하다.
'오는, 오가사와라의 오'
-오가사와라. 오가사와라 사치코.
자매의 의식을 한 후, 시간도 빨리 흘러 이제 곧 3개월째. 그런데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치코님이 나왔다 하면 평소처럼 있을 수가 없다. 세일러 타이를 고쳐 주시는 건 이미 일과가 되어 있으니 겨우겨우 익숙해 졌다. 하지만, 이쪽이 생각지도 못한 행동 같은 걸 하시면, 그대로 대처 불가능이 되어 버리니까 곤란하다.
손을 잡고 걸어간다거나,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리본을 푼다거나.
아마, 사치코님은 모르실 거다. 그럴 때, 내가 어쩜 좋을지 알 수 없어져 버린다는 거. 만나기로 한 장소인 편의점 앞에는 사람이 잔뜩 있었지만, 아는 얼굴은 한명도 없었다.
'너무 빨리 왔나'
집합 시간까지, 아직 20분 넘게 남았다. 조만간 누가 올 테니, 나는 역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편의점 앞에서 기다린다. 빨리, 아는 사람이랑 만나고 싶었다. 모두를 여기서 맞이하고 싶었다.
'오쿠야마, 오사다, 오다, 오니즈카'
지루하니까, 아까까지 하고 있었던 혼자 이름 맞추기 퀴즈를 계속한다.
'-온다'
스치지도 않는다. 분명히, 아 행이 아닌 거다. 그럼 카 행으로 옮겨 볼까 했을 때, 등 뒤의 자동문이 위잉-하고 열렸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려고 했지만, 그보다 재빨리 편의점에서 나온 사람이 나를 끌어 안았다.
"갸우!"
"......그래서야, 무슨 아기 괴수잖아"
질린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 '변태'는 등 뒤에서 내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었다.
"아무리 그래도 리리안 학생이라면, 적어도 '꺄앗' 정도는 해 줘야지 않을까나-"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 목소리, 그 팔의 감촉.
"로사 기간티아!"
나는 뒤돌아서 로사 기간티아의 팔을 잡고는, 너무 기쁜 바람에 그 자리에서 뿅뿅 뛰었다. 겨우 일주일 만나지않았을 뿐인데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 새해 복 많이 받아-"
로사 기간티아는 지금 이 편의점에서 샀습니다 하는게 뻔히 보이는, 가게 로고 테이프가 붙은 혼합사탕 봉지를 열고, 한웅큼 집어서 내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아, 잘 먹겠습니다"
꼬박.
"마음대로 먹어도 괜찮아"
"하지만, 다른 사람 몫은요?"
사탕 한웅큼이라면, 반봉지가 넘을 지도 모른다.
"괜찮아 괜찮아. 이건 단 거 좋아하는 유미쨩을 위해서 산 거니까"
로사 기간티아는 말차(거품을 내서 마시는 일본식 가루녹차) 사탕을 한 개 까서 입에 넣고, 내용물이 줄어든 봉지를 작게 말아서 자기 코트 주머니에 깔끔히 집어 넣었다. 사탕을 산 건 좋은데, 가지고 있는게 귀찮아진 것 뿐 아닐까. 가지고 있는 짐은 작은 가방 하나 뿐으로, 아무래도 사탕을 넣어 둘 곳 같은 거 없어 보이니까.
"왜-에?"
예의없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나를, 로사 기간티아는 나무라듯 가볍게 노려본다.
"아, 죄송해요. 로사 기간티아 사복 입으신 거, 처음 보니까. 왠지 신선해서"
"흐응-"
약간 머리카락 끝을 정리하신 걸 까나, 평소보다 얼굴이 샤프해 보인다. 캐러멜색 롱 코트 사이로 보이는 발치는 어두운 갈색 부츠. 연유같이 부드러운 흰색 목도리를 아무렇게나 두르고, 왠지 어른 여성, 이라기 보다 오히려 외국 신사 같은 느낌이라 멋지다.
"유미쨩, 귀엽다. 남색 더플 코트가 잘 어울려"
"에, 아뇨, 별 말씀을욧. 저 같은거, 로사 기간티아의 비싸보이는 코트에 비하면 발밑에도 못 미쳐욧"
여기서 당황해서는 되려 칭찬해서 어쩌냐. 그것도, '비싸보이는' 같이 속물적인 걸로 칭찬하냐 보통. -하고 자기혐오에 빠져 가면서도, 일단 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이런 경우, 사치코님이라면 '감사합니다' 하며 미소짓는 것만으로 그림이 될 텐데.
하지만, 그 사람은 로사 기간티아.
"응, 비쌌어. 캐시미어인걸. 작년, 아니 재작년이 되나, 드물게 부모님 졸라서 받은 거야. 크리스마스 겸 생일선물. 그리고 세뱃돈도 들어갔던가"
로사 기간티아도, 충분히 속물적이었다. 왠지 동료, 라는 느낌이 든다.
"그건 그렇고 유미쨩 가방, 빵빵하네. 그 안에, 혹시 잠옷이나 갈아입을 빤쯔 같은거 들어있는 걸까나-"
킁킁 하고 냄새를 맡는다. 아아, 아주 완전히 변태 아저씨야 이 사람.
"......혹시가 아니라도 들어 있어요"
덤으로 말하자면, 목욕수건이라거나 칫솔 세트라거나 그런 것도 빽빽하게. 나로서는, 로사 기간티아의 이 가벼운 차림 쪽이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게, 묵는다는 곳 호텔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이잖아?
"그건 그렇고 일찍 오셨네요, 로사 기간티아. 지하철로 오셨죠?"
나는 가방을 로사 기간티아에게서 떨어뜨리며 화제를 바꿨다.
"아니, 붕붕-으로 왔어"
'......'
붕붕-이라니. 그러니까, 어린이 말로 '차'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아무튼, 아저씬지 애긴지. 어느 한쪽으로 통일해주시지 않을까나, 로사 기간티아.
"하지만, 로사 기간티아 집 쪽으론 M역 지나는 버스 안 다니죠. 그럼, 가족 분이 태워다 주신 거구나. 좋겠다-"
"뭐야, 유미쨩은 차 타고 싶어?"
'......그게 아니잖아'
이 경우, 틀린 건 로사 기간티아라고 생각한다. 고치고 있으면 또 혼란스러워질테니까 굳이 얘기하진 않지만.
사.
사 는 사토의 사.
사토 세이. -별명, 로사 기간티아.
"그럼, 슬슬 가 볼까"
내가 주머니 안에서 복숭아 요구르트맛 사탕을 고르고 있을 때, 로사 기간티아는 아직 집합 시간도 되기 전인데 그렇게 말했다.
"에,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은요, 하고 질문하는 내 팔을 끌고 성큼성큼 북쪽 출입구로 향한다.
"나, 달리 누구 온다고 했었어?"
"하?"
"데이트 하자, 라고 했을 뿐이야"
"엣!?"
"훗훗후. 걸렸구나, 유미쨩"
로사 기간티아는 침을 삼키는 시늉을 해서, 날 겁먹게 했다.
"하, 하지만. 합숙이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조심조심 물어본다.
"혼자라도 이사. 둘이라도, 합숙"
'히에엣......'
"아, 안녕히 계세욧"
나는 발길을 돌렸다.
"어라라. 덫에 걸린 사냥감을 그리 쉽게 놔줄 것 같아?"
로사 기간티아가 생긋 웃으며 날 끌어당겼다.
"유미쨩, 기-여어-어(귀여워). 그래그래, 언니랑 좋-은데 가자-"
"살려주세요"
평소라면, 여기서 사치코님이 등장할 때지만. ......때 지만.
"사치코 찾아도, 소용없어. 지금쯤 그녀는 집에 있습니다-"
"그럼, 정말로"
"이 시간, 유미쨩은 내가 전세냈어. 삶아 먹을까 구워 먹을까"
"으앙-"
귓가에서 속삭이는 바람에 무심코 몸을 비틀자, 로사 기간티아는 인형에게 그러듯 꼬옥 하고 나를 끌어 안았다.
"어헛. 사치코가 가르쳐 줬잖아? 그런 식으로 싫어하면, 오히려 날 기쁘게 해 주는 거야"
'......정말로 새디스트일지도 몰라. 로사 기간티아는'
그리고, 사치코님께 야단맞는 게 좋은 나는 마조히스트니까, 상성은 찰떡. -이 아니라, 나도 참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읏차, 뭐어, 성추행은 이정도로 해 두고"
로사 기간티아는 멋대로 날 만져댄 후, 만족한 건지 질린 건지, 시간에 선이라도 그어둔 것처럼 갑자기 손을 팟 하고 뗐다.
"슬슬 가 볼까"
 '......'
그 대사, 조금 전에 들었던 것 같다. 혹시, 그 시점에서 한번 더 같은 일을 되풀이할 생각은 아니겠지, 이 사람.
"뭐해, 가자니까"
로사 기간티아가, 먼저 계단을 내려간다.
'......'
"유미쨩, 빨리"
'아-앗!'
나는 거기서 흠칫 하고 깨달았다. 맨 처음의 '슬슬 가 볼까'와 지금의 '슬슬 가 볼까' 사이를, 가위나 뭐 그런 걸로 잘라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붙여버릴 셈인 거다, 로사 기간티아.
"로사 기간티아, 못됐어-"
나는 로사 기간티아를 쫓아가, 가볍게 팔을 두드렸다. 내 코트 주머니 안에서는, 사탕이 바스락바스락 흔들리고 있다.
이 정도로 얼버무리진 않을 거에요, 하고.

 

 

    2

 

데이트라고 하며 로사 기간티아가 데려간 곳은,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그 신사였다.
"굉장해, 로사 기간티아! 혹시 초능력자!?"
"무슨 소리야"
순환 버스를 도중에 내려서, 토리이를 지난다... 예상 대로, 참배로 양쪽에 노점상들이 잔뜩 나와있다. 간장 타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오징얼까나? 아니면 옥수수?"
"그런거, 나중에 나중에. 운세 제비뽑기 하러 가자"
평소 신앙심 깊다고 말하기 힘든 로사 기간티아의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반쯤 장난일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척 봐도 미인 무녀를 골라서 줄 서는걸 뭐. 그쪽이 붐비는데도.
"정말로, 단둘이서 데이트로군요"
제비뽑기 줄에 서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혹시나 현지 집합으로, 요시노양이나 레이님이 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시.
시마즈 요시노.
"요시노쨩이랑 레이는, 정월에 하코네 간댔어"
"하코네?"
"양쪽 집 가족 다같이. 건강해진 요시노쨩의, 간절한 희망"
"하코네가?"
뭔가 이상한 느낌. 하코네라면 온천으로 유명한 그 하코네라고 생각되는데, 나이든 사람이라면 그렇다 쳐도 여고생이 가고싶어하는 덴가?
"저기, 카루이자와 같은 데랑 착각하신 게"
"카루이자와에서도, 역전(역전 마라톤) 해?"
"-"
잊어먹고 있었다. 요시노양의 취미는, 스포츠 관전이었던가. 그럼, 요시노양에게 하코네 역전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 시마즈-하세쿠라 양 집이 다같이 나들이 갔다는 거다. 요시노양이 언제나 청신호(라고 쓰고 GOGO라고 읽는다. 원래는 イケイケ지만 - 역자주)인 건, 환경에 의한 면도 꽤 크다고 생각했다. 레이님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어른들도 꽤나 귀여워하는 모양이다.
"로사 키넨시스는 겨울 강습. 그리고, 로사 페티다는 매년 하와이의 별장이잖아"
"그럼, 시마코양은요?"
"시마코?"
로사 기간티아는 한박자 쉰 다음, 살짝 눈썹을 올리며 내 말을 반복했다.
"시마코 말이지이"
토.
토도 시마코.
"그 애는 안 불렀어"
"왜요"
"이유는 여러가지. 시마코네 집은, 이래저래 손님이 많으니까 말이야. 정월 같은 땐, 집 일을 도와야 해. 그리고, 그-말이지. 그 경건한 크리스챤인 시마코가, 신사에 새해맞이 같은거 올 거라고 생각해? 신앙심 흐뜨러뜨리면 안돼"
"저기, 로사 기간티아? ......그 말씀을 꺼내시면"
"그래. 그 얘길 꺼내면 끝장이지. 원칙상, 리리안 학생을 신사의 새해맞이 같은데 부르면 안되는 거거든-"
키득키득 하고, 로사 기간티아는 웃는다.
"그럼, 어째서 절"
일단, 이 아니라, 정진정명 리리안 여학원 학생인데요. 게다가, 자랑은 아니지만 유치원 때부터니까, 그야말로 온실에서 큰 셈이고.
"냄새가 났어"
킁킁, 하고 나한테 얼굴을 가까이 댄다.
"유미쨩네 집 말이야, 팔백만의 신들(일본 전통신들을 일컫는 말 - 역자주)과 부처님과 마리아님이 사이좋게 동거하고 계시지?"
"에, 어떻게 아세요!?"
냄새라니 어떤, 하고 코트 소매의 냄새를 맡아 보자, 로사 기간티아는 자기가 얘길 꺼내 놓고서 무책임하게 배를 잡고 웃었다.
"너 정말 재밌구나. 신주랑 선향에 성체의 빵이니 와인이니 같은게 섞인 냄새라도 날 줄 알았어? 냄새, 라는 건 말이지, 비유. 예를 든 거야. 알겠어?"
"웃"
"-라는 건, 역시 유미쨩은 짬뽕이구나"
"하아"
확실히.
신단은 없지만, 집에는 신사의 부적이 붙어 있다.
불단은 없지만, 하나데라 학원에 다니는 유우키의 방에는 불교 관련 물건들. 그리고 내가 다니는 리리안 여학원은, 말할 필요도 없이 카톨릭계 학교. 그걸 모순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는 가족.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절조없을 수가"
"괜찮다니까 괜찮아. 우리 집도, 비슷한 상황이고. 동료는, 그러니까 냄새로 알 수 있어. 그런 것도 일본의 문화니까 말이지. 산백합회의 임원 멤버가 이모양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구. 요시노쨩이랑 레이도, 예정이 없었으면 왔어"
"하지만 시마코는 아니잖아요"
"시마코는 특별"
시마코양을 떠올렸는지, 부드럽게 눈으로 웃는다.
로사 기간티아도 참. 평소에는 내버려 두고 있으면서, 역시 시마코양을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겠지. 자기 동생인걸, 당연한가.
"잠깐, 로사 기간티아도 정말"
모처럼 다시 보고 있다는데, 미인 무녀한테 추파 던지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겨우 제비뽑기 순서가 돌아와서, 구멍이 하나 뚫린 상자를 빙글 돌려서 달그락 달그락 흔들고 옆을 보자, 한발 먼저 뽑고 난 로사 기간티아가 쪽지를 전해 준 무녀 아가씨 손을 꼭 잡고 있는 걸 뭐.-아무튼, 틈을 보이면 안된다니까.

"소길(小吉)"
로사 기간티아가 말했다.
"말길(末吉)"
뒤이어 나.
제비를 뽑은 곳에서 조금 떨어진 여기에도, 근처에 있는 매화나무에는 하얀 제비 쪽지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진짜 꽃이 피려면, 아직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기왕 나오는거 대길(大吉)이랑 대흉(大凶)이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있잖아, 소길(小吉)이랑 말길(末吉)은 어느 쪽이 좋은 걸까?"
"소길 쪽이 약간 더 좋지 않을까요. ......그보다 대흉 같은 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에요?"
"대길이 있으니까, 있는거 아닐까?"
하지만, 중흉이라거나 말흉 같은 걸 들은 적은 없다.
"잃어버린 물건은 나오지 않고, 원하는 일은 순탄하진 않아도 이루어 진다, 라는 건가. 뭔가, 미묘하네"
로사 기간티아는 제비를 가늘게 접어서, 매화나무에 묶었다.
"앗, 잠깐만요"
운세 제비의 문구라는 거, 고어 같아서 읽기 힘들다. 쓱쓱 읽어 버리는 로사 기간티아는 역시 대단하다. 잘하는 건 영어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어디"
"아"
더듬더듬 읽고 있는 나한테서, 로사 기간티아는 쪽지를 뺏아 들었다.
"흐-응. 올해는 이사나 결혼 같은거 하지마라, 라고 적혀 있어. 그리고, 자식복은 적대. 으-음, 소가족 시대를 반영하고 있군-"
이사는 그렇다 치고, 열 여섯살의 여고생에게 '결혼'이니 '자식복'이니 하는 건, 그다지 관계없는 것 같은데요.
"바라는 일은 노력하면 이루어 진대. 매일매일 열심히 하라는 거네"
자, 하고 쪽지를 돌려 받아서, 나는 로사 기간티아를 따라 매화나무 가지에 그걸 묶었다. 쪽지의 꽃이, 또 하나 피었다.
원하는 일은 노력하면 이루어 진다-. 하지만, 지금 내가 제일 원하고 있는 건 뭘까.
귀신쫓는 화살이랑 여러가지 부적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가내안전. 건강기원. 액막음. 안산기원. 교통안전.
이 세상 사람들은, 신에게 부탁할 일들이 잔뜩 있다. 그만큼, 여러가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봉납된 말 그림은 'OO대학에 입학시켜 주세요' 같은 글자로 빽빽하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부탁하면 아무리 신神이라도 전부는 이뤄주지 못하겠지, 하고 생각해 버린다.
"기다렸지"
참배하고 있던 날 놔두고, 노점상에 올러갔던 로사 기간티아가 영차 영차 하고 돌아왔다. 그나저나 새해맞이라고 해 놓고 정작 기도도 하지 않을 거 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뭘하러 오신 건지. 설마 제비나 뽑으러 여기 온 건 아닐 텐데.
"저기, 로사 기간티아......? 그건 대체-"
양손에 든 슈퍼의 비닐봉지 같은 걸 보고, 나는 무심코 입을 떡 벌렸다.
"이쪽이 오징어 구이랑 군옥수수. 그리고, 이쪽이 오코노미야키랑 타코야키랑 야키소바. 잔뜩 샀더니 봉지에 넣어 줬어"
살구 사탕은 무리라도 솜사탕 정도는 더 들 수 있을까나, 라니. 로사 기간티아는, 아직도 뭘 더 살 기력이 남아도는 모양이라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에 그러니까, 제가 묻고 있는 건요, 봉지의 내용물이 아니라. 그렇게 많이 사서, 어쩌실 건가 하는 거에요"
"그야, 먹는 게 당연하잖아"
"누, 누가요"
"우리가. 어쨌든 먹기 쉬운 타코야키부터 갈까, 유미쨩"
그러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비닐봉지에서 타코야키를 한팩 꺼냈다. 굉장해. 얼핏 본 것만으로도, 각각 세 팩씩은 산 것 같아.
"자, 아-"
로사 기간티아가 이쑤시개에 꽂은 타코야키를 내민다.
"아-"
따라서 입을 열어 버리는 나 자신이 무섭다. 하지만, 갓 구운 타코야키란 따끈따끈해서 굉장히 맛있다. 문어가 크고 쫄깃쫄깃.
"자자, 따뜻할 때 많이 먹어. 아, 지나다니는 데 방해되니까 뒷쪽으로 갈까. 유미쨩, 봉지 하나 들어줘"
뭐가 뭔지 모르는 채, 나는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가 차곡차곡 들어간 비닐봉지를 한손에, 다른 한손에는 선물할 과자가 든 종이봉지를 들고 신사 뒤쪽의, 잡목림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나무들이 무성한 길을 걸어갔다. 어깨에는 큼직한 숄더백을 메고 있으니, 왠지 굉장한 차림. 요즘 세상에, 가출한 여자애라도 좀더 스마트할 거다.
한손이 비어 있는 로사 기간티아가 가끔식 타코야키를 입에 넣어 주셔서, 8개 든 팩을 각각 네개씩 위장 안에 넣었다.
"뭐하시려는 거에요, 로사 기간티아"
"뭐라니? 인적 없는 곳에 끌려와서, 불안해졌어?"
"그게 아니라요"
나는, 시침떼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의 얼굴을 힐끔힐끔 보며 말했다.
"우리 둘이서 이 군옥수수니 오코노미야키 같은 걸 다 해치운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리인걸요 뭐"
"흠"
로사 기간티아는 다 먹은 타코야키 팩에 고무줄을 감아서, 바닥에 남은 소스가 흐르지 않도록 살짝 비닐 봉지에 다시 넣었다. 어느 틈엔가 무릎 정도 높이의 돌기둥이 같은 간격으로 서 있는 곳 까지 왔다. 여기부터는 신사의 땅이 아닌 모양이다. 뒷길이라는 느낌의, 그다지 넓진 않지만 포장된 도로 옆에는 자동차 몇대가 노상주차 되어 있다.
"역시, 달리 누가 오는 거죠?"
"그건, 정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중얼거리며, 로사 기간티아는 코트 주머니를 바삭바삭 뒤졌다.
"아, 사탕이라면 여기도"
양손에 뭘 들고 있는 나는, 허리를 꾹 굽혀서 자신의 주머니를 내밀었다.
"아냐아냐"
로사 기간티아가 꺼낸 것은, 뭔가의 열쇠였다. 뭔가, 라니. 집이나 자전거 열쇠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그것은 자동차 열쇠다.
"저기-"
나한테 놀랄 만큼의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고서, 로사 기간티아는 성큼성큼 걸어서 노란색 경승용차 옆까지 가더니, 그 열쇠를 문에 꽂았다.
"자자, 타렴"
뒷좌석에 오징어랑 옥수수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놓고, 그리고는 몸을 내밀어 안쪽에서 조수석 문을 연다.
"에 그러니까, 저기, 로사 기간티아......?"
운전수는 어디에, 라고 질문할까 어쩔까 망설이는 동안, 가지고 있던 짐은 빼았기고, 나 자신도반쯤 억지로 조수석에 끌려 들어가 버렸다.
"설마"
우려하던 대로, 운전석에 들어 앉은 건 로사 기간티아 본인이었다. 당연한 듯이, 시동 걸고 안전벨트를 맸다. 놀랍게도 로사 기간티아는 집에서 여기까지 이 차로 와서, 역 앞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으니 차를 신사 뒤쪽에 두고, 일부러 버스로 M역까지 날 마중나왔다는 거다.
"안심해. 면허는 제대로 가지고 있으니까"
어때, 하고 보여 준 카드는, 확실히 우리 아빠가 가지고 계신 자동차 면허증과 똑같이 생겼다. 사진은 눈 앞의 로사 기간티아고, 이름 란에는 '사토 세이'. 분명히, 지난달 25일에 생일을 맞아 18살이 되었으니까, 법률상 일반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나이인 거지만.
"괜찮아, 괜찮아"
웃으며 로사 기간티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몸을 벨트로 의자에 고정시켰다.
"출바알-"
"에엣-"
내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사 기간티아가 운전하는 노란 차는 출발했다. 하지만 버스노선으로 나오기 직전의 신호등에서 멈췄을 때, 빨리도 엔진 스톱. 충분히 나를 벌벌 떨게 만들어 주었다. 어떤 의미로는, 제트 코스터나 귀신의 집보다 무섭다.
"대체, 언제부터 타신 거에요"
대답을 듣는 게 엄청나게 무섭다. 하지만 듣지 않은 채, 여기 계속 앉아 있을 자신은 아쉽게도 없다. 이제와서 알아챈 거지만, 앞 유리창 안쪽에 흡반으로 붙여 놓은 '저거'. 저건 떡잎 마크(우리나라의 '초보운전' 표지판 같은 것 - 역자주)라고 하는 거 아니었던가요.
"언제부터, 라니"
깜빡이를 왼쪽으로 넣으며, 로사 기간티아는 되묻는다. 아아, 타이밍 늦은 거 아닐까나.
"면허 땄을 때부터 운전 경력은 얼마나 되는 건가, 하고 묻고 있는 건데요"
"얼마나 되긴. 교습소에서 말고 차 운전한 거, 오늘이 처음이야"
"힛"
"괜찮다니까. 집에서 여기까지 무사고로 왔으니까"
"사고가 나면 큰일이죠"
나, 반쯤 울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6년의 인생이 오늘로 막을 내릴 지도 모르는 거니까,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
"하하하하하-"
핸들을 쥐며, 로사 기간티아는 유쾌한 듯 웃는다.
"내, 내려 주세요"
"죽진 않을거야. 그왜, 운세는 둘 다 '흉' 아니었는걸 뭐. 웃차"
"갸아"
초보운전 주제에, 무모한 추월같은 걸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안전운전했으면 좋겠는데.
"자비하신 동정 성모 마리아님-"
결국 나는, 마리아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유미쨩은, 역시 재밌구나"
끽-,끼끼끽-.
"갸-. 살려주세요, 마리아님-"
이러저러 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문에 가까운 차를 타게 된 나는, 패닉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을 잊고 있었다. -라기 보다, 질문할 여유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목적지는 어딘지.
그건, 꽤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