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4- 쇠르의 존재의의

스-루의 존재의의(姉妹(ス-ル) の存在意義)

 

 

  1

 

"무슨 일 있었어? 시무룩한 얼굴하고선"
장미의 관 현관 앞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유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로사 키넨시스"
오랜만에 뵙는 그 얼굴은, 평소와 마찬가지. 상냥하고, 여유가 있고, 무심코 울며 매달려버리고 싶어지는, 뭐든지 내맡겨도 틀림없는, 그런 얼굴.
"와 계셨었나요"
"어머, 거의 매일 학교에는 와. 그저, 입시가 끝날 때까지 남는 시간은 공부로 돌리려고 마음먹었을 뿐이야. ......춥구나. 들어가지 않겠어?"
로사 키넨시스는 문을 열고, 유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었기 때문에, 조금 안도하면서 관에 발을 들여놓는다. 다행이야, 제대로 올 수 있었어라고.
방과 후, 거의 일과처럼 오고 있는 장미의 관. 그런데도 유미는 날이 갈수록 이곳에 오는데 마음이무거워져 갔다. 그리고, 오늘은 한층 더 무겁다.
결국에 오고야 말았다. 선거를 이틀 앞둔 수요일. 오늘 오후에는, 수업 대신 합동 연설회가 열리게 되어 있다. 지금 점심시간이 반쯤 지났으니까, 앞으로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치코님들은 강당의 단상에 서게 되어 있었다.
'난 요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뭘하고 있었을까'
기분만이 앞서 나가버리고는, 결국 아무 것도 하지않은 것 같았다.
요즘 사치코님은 힘이 없다. 보잘 것없는 동생이긴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언니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런 자신이 답답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도 모르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혼자 속태우며 풀죽어서, 끝없이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스스로 헤어나기 엄청 힘든 곳까지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로사 카니나라거나 로사 기간티아와 시마코양의 문제라거나, 쓸데없다고 하면 실례지만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서, 머리 속은 엉망진창. 빨리 선거가 끝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버텨낼 수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유미의 심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로사 키넨시스는 리드미컬하게 계단을 올라간다.
통통통.
가볍기 그지없다.
다 올라와서, 지금, 오른쪽 비스킷 문을 열었다.
"언니"
로사 키넨시스의 모습을 확인한 것과 동시에, 사치코님이 황급히 다가왔다. 
"안녕하셔요, 사치코. 잘 있었니?"
"예, 물론이죠"
'-에?'
대답하는 사치코님을 보고, 유미는 눈을 의심했다.
사치코님이, 웃고 계셔.
로사 키넨시스를 뒤따라 들어왔으니까, 사치코님의 얼굴은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유미는 요 2주동안, 항상 사치코님을 바라봐 왔다. 그러니까 단언할 수 있다. 이렇게 활기찬 표정의 사치코님은, 오랜만이었다.
'어째서'
홍장미 매직.
'로사 키넨시스를 뵐 수 있었으니까......?'
왠지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2층의 방에는 사치코님 외에 레이님, 시마코양, 요시노양이라는, 최근엔 익숙한 멤버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합동 연설회까지 몇십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가 어깨띠를 손질하거나 연설원고의 최종 체크를 하거나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로사 키넨시스가 차는 필요없다고 하셔서, 유미는 사치코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왠지, 무지무지하게 재미 없었다. 인사를 하려고 해도, 사치코님은 유미의 얼굴 같은거 전혀 보고 계시지 않고. 시선은 계속해서, 로사 키넨시스를 쫓고 있다.
'그야, 알고 지낸 시간으로는 상대가 안되지만'
이렇게까지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난 왜 여기 있는 걸까, 따위 위험한 생각이 스물스물 뇌를 침식해 온다.
바싹바싹.
마음이 메말라 간다.
햇빛이 내리쬐는 아스팔트에 잘못 들어가 버린 달팽이처럼 말라붙어 버려서, 애초엔 뭐였는지 알 수 없어져 버릴 것 같다.
"그럼, 저희는 한발 먼저 가 있을께요"
레이님과 요시노양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후 방을 나갔다.
유미는 생각했다.
요시노양의 경우, 언니가 피를 나눈 사촌언니니까, 홀로 남기고 가버려도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라. 애초에, 요시노양 일편단심인 레이님이 요시노양을 쓸쓸하게 만들 리도 없지만.
"저도 슬슬"
시마코양도 일어섰다. 당연한 듯이, 로사 기간티아의 모습은 시마코양 곁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다.
'바보같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 봤자 별 수 없는 일인데. 자매의 관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 그런 건 벌써 알고 있었을 텐데.
방에는 홍장미 패밀리만이 남아 있었다.
왠지 그 자리에 있는게 힘들어져서, 유미도 살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조금, 사치코님이 돌아봐 주실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쓸데없는 일이었다.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메우려는 듯, 쌓이고 쌓였던 이야기에 들떠, 유미가 방을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난, 아직 한참 멀었어......'
느린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한다.
사치코님의 도움이 되고 싶어, 같이 잘난 척하고 있어도, 결국엔 나 스스로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치코님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확고한 증거. 그게 없으면, 불안에 짓눌려 버릴 것 같으니까. 그래서야, 완전히 애다.
정말로 사치코님을 좋아한다면, 댓가같은건 필요없을 것이다. 로사 키넨시스가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 사치코님이 행복한 듯 웃고 있으실 수 있다면, 사실은 동생으로서 함께 기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지금 이렇게나 고민하지 않는다.
유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동생이란, 대체 뭘까.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고. 얼마나 머리를 식히고 있었는지,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한겨울의 중앙정원은 눈 같은게 내리지 않아도 역시 추워서, 손발이 시려워서 별 수 없이 장미의 관에 들어가려고 하자,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
"유미쨩?"
유미의 눈이 조금 붉어져 있는 것을, 로사 키넨시스는 결코 그냥 넘어가 주시지않았다.
"잠깐 이리 오렴"
로사 키넨시스는 유미의 어깨를 안고, 2층이 아니라 1층 플로어 오른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창문이 적고 볕도 잘 들지 않아서, 사용빈도가 낮다. 자연히, 산백합회의 창고처럼 쓰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유미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얼굴을 들여다 본다. 로사 키넨시스는 역시, 뭐든지 꿰뚫어 보고 계시는구나.
"내가 오기 전에, 사치코에게 야단맞았어?"
아뇨, 하고 유미는 고개를 젓는다.
"그럼, 누가 무슨 말이라도 했어?"
"그게 아니에요. ......제가"
"유미쨩이?"
"사치코님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동생인데도"
그렇게 말하자, 로사 키넨시스는 조금 머리를 갸웃했다.
"아무 것도, 라니. 뭔가 해야만 하는 거야?"
"하지만"
아무 것도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왜냐면 로사 키넨시스는 유미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버리셨으니까.
"괜찮아, 유미쨩"
로사 키넨시스는 까르르 웃었다. 그건 그야말로, 맑개 갠 여름의 푸른 하늘처럼.
"저기 말이지, 동생은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왜냐면 동생이니까"
"에?"
유미의 '동생인데도'와 로사 키넨시스의 '동생이니까'는, 굉장히 비슷한 것 같지만 정 반대쪽 끝에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에, 뭔가 힘이 되고 싶은 거라면 평소처럼 있도록 해. 그리고 사치코가 뭔가 해줬으면 한다고말했을 때만, 그걸 해주면 되는 거야"
"......정말로 그걸로 괜찮은 건가요"
"괜찮아"
흔들림 없는 자신을 가지고, 로사 키넨시스는 단언했다.
"언니 경력 긴 내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 없는 거야. 알겠어?"
"......예"
"그럼, 난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유미쨩은 사치코랑 같이 있어 주렴"
"로사 키넨시스?"
"괜찮아. 회장에서, 똑똑히 보고 있을 테니까"
꽃처럼 미소짓고, 먼저 방에서 나갔다. 역시 '할머니'인 3학년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1학년인 유미는 생각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문을 열고 플로어로 나오자, 마침 사치코님이 계단을 내려오신 참이었다.
"화장실 간 것치고는 늦어서 조금 걱정했어"
"죄송해요"
한번 머리를 숙인 후, 사치코님 뒤를 따라 걸어가려고 했지만. 이대로는 근본적인 응어리를 끌고갈 뿐이라고 생각해서, 유미는 용기를 짜내어 사치코님의 등을 향해 말했다.
"언니, 저-"
"왜?"
천천히 돌아서는 사치코님. 로사 키넨시스가 안 계셔도, 평소의, 상냥하고 엄한 언니의 얼굴이었다.
"저, 뭘 할 수 있을까요. 언니를 위해서, 뭔가 해드리고 싶은데.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서, 그게 한심해서, 저"
사치코님은 놀란 듯 한순간 눈을 빛내고, 그리고 기쁜건지 우스운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웃었다.
"네 얼굴이 요즘 시무룩했던 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 거야?"
"에?"
관심없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항상, 까지는 아니라도 사치코님은 확실히 유미를 보고 계셨다고 한다.
"......싫다"
아직, 쿡쿡 웃고 계신다. 웃으며 사치코님은, 문에 기대어 말했다.
"자매간에 같은 걸로 고민하고 있었구나"
"같은 거, 라니...... 엣?"
유미가 묻자, 사치코님은 '사실은' 하고 자백했다.
"나도 말이지. 언니 일로 힘들어하고 있었어"
로사 키넨시스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라고. 하지만 사치코님의 경우, 언니가 싸우고 있는 상대가 대학입시라는, 제삼자에겐 어찌할 도리도 없는 거니까 이를 어쩌나. 격려의 편지나 전화는 부담이 되지 않을까, 라거나.
수험생에게 인기있는 신사의 부적 같은걸 리리안 학생이 가지고 있으면 진부하고, 라거나.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결국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뼈저리게 깨닫고 침울해하고 계셨다고. 그럴때 로사 키넨시스가 모처럼 장미의 관에 오셔서,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니까 사치코님은 단번에 행복해져 버린 거다, 분명히.
"로사 키넨시스가 그러셨어. '네 얼굴을 보러 온 거야' 라고. 그래서 나, 완전히 기분이 풀렸어. 왜냐니, 나는 동생으로서의 유미에게 뭘 바라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 봤으니까."
"저에게......?"
"너는, 그저 곁에 있어주면 돼. 나에겐, 곁에서 날 보고있어 줄 동생이 필요해. 너는 곁에 있으면서, 내가 가끔 마음약해졌을 때 내 손을 잡아 주렴"
그렇게 말하며, 사치코님이야 말로 유미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아 주셨다.
따뜻했다. 하지만, 유미는 이제 언니의 따스함을 쓸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따스함이, 불안과 조급함과 자기혐오를 천천히 녹여 간다.
"로사 키넨시스가 말씀하셨어. 품고 지키는 게 언니. 동생은 버팀목, 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생은 버팀목?"
이 얼마나 용기를 주는 말인지. 동생은 버팀목. 그 말을 가슴에 품고, 땅 끝까지라도 따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거기 있는 것 만으로 언니가 안심할 수 있는, 그런 동생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게, 유미에게 있어서의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역시 언니는 굉장해요"
수수경단을 받고 기분이 좋은 강아지는, 들떠서 부산을 떨며 모모타로를 따라간다. 일단 처음엔, 도깨비섬이 아닌 강당으로.
"왜?"
"선거 일로 고민하셨던 게 아니었군요"
"선거?"
걸으며, 사치코님은 자신감에 넘치는 얼굴로 웃었다.
"괜찮아. 난 절대로 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눈앞의 합동 연설회를 해 내야지. 3일 후엔, 드디어 천하를 가르는 대결전이니까.

 

 

    2

 

그건 그렇고, 그 때.
유미들은 생각지도 못할 장소에서, 마주치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로사 카니나, 였던가?"
은행 가로수 갈림길에 있는 마리아상 앞에서, 길어진 섀기 커트를 아무렇게나 옆으로 넘긴 소녀가 발을 멈추고, 지금 막 마주친 소녀에게 돌아섰다.
"너도, 지각?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로사 기간티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오실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깔끔하게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자른 소녀가 말한다. 자세히 보니 발은 실내화를 신은채.
점심시간에 3학년 등나무반 교실을 찾아가 출석하지 않은 걸 알고, 그대로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걸까.
"......매복인가. 그렇다면, 교실 앞이나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는게 좋지 않았겠어?"
점심때가 막 지났다곤 해도, 코트도 없이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기온이 아니다. 바람도, 조금 불고 있었다.
"곧바로 학교에 들어오실지 어떨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잘 알잖아"
그녀는 합동 연설회만을 위해서 온 것이다. 장미의 관이나 혹은 연설회장이 될 강당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컸다.
"미리 말해 두지만, 산백합회 선거에 대해서라면 나한테 뭐라고 해봤자 쓸데없는 일이니까"
"그런 걸 부탁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뭐야?"
스쿨 코트에 양손을 꽂은 채, 귀찮은 듯 로사 기간티아는 묻는다. 그에 대해, 로사 카니나는 마음을 굳힌 듯 말했다.
"선거 당일-. 토요일 방과 후,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여기서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결과가 나오면? 당선되면 아냐?"
"당락에 관계 없이.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흐-응"
중얼거린 후 'OK'라고만 대답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몇발 걸어간 후 돌아서서 '슬슬 너도 가는 게 좋지 않아?' 하고 강당을 가리켰지만, 로사 카니나는 '예'하고 끄덕였을 뿐, 함께 걸어가지는 않았다.
한동안, 로사 기간티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3

 

유미와 사치코님이 강당에 도착했을 때쯤엔, 강당의 자리는 청중인 학생들로 꽤 많이 들어차있었다. 선거관리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자유 좌석제라는 것도 있어서인지, 4교시가 끝난 직후부터 점심식사도 하지않고 자리를 잡기 위해 강당 앞에 줄 서있던 학생까지 있었다고 하니까, 투표자인 1, 2학년 학생들의 관심도 꽤 높은 모양이다.
역시 정원 3명인데 입후보자 4명이라는 상황이, 예년보다 더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거겠지. 뷔통 세사람이 나란히, 다음 학생회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 아닌가를 묻는 선거에 비해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강당의 무대 옆쪽에는 이미 레이님이 도착해서, 요시노양과 로사 페티다님 가운데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3학년은 참가의무가 없기 때문에 오후에는 집에 돌아가도 괜찮지만, 역시 로사 페티다도 오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일 좋아하는 로사 페티다가 이런 절호의 찬스를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로사 키넨시스는, 객석의 저-뒤쪽 구석에 앉아 계셨다. 부활한 지금의 사치코님에겐, 지켜줄 언니의 따스함 같은 것도 필요없었다.
'로사 기간티아는-'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직 안보이시네, 하고 유미가 두리번 두리번하자, 마침 로사 기간티아가 무대 옆쪽으로 들어와 곧바로 시마코양에게 걸어갔다.
"언니......"
시마코양은 입후보자를 위해 준비된 의자에서 일어나,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와주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시마코"
로사 기간티아는 다시 한발 다가가 시마코양의 뺨을 살며시 만졌다. 뭔가 힘이 날 말이나 수고했다는 말을 해줄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로사 기간티아. 주위의 기대를 확실히 배신해주었다.
"난 강요하지 않았어. 이건 어디까지나 네가 결정한 것. 그러니까, 당선되면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도록 해"
귀기울여 듣고 있던 사람들, 전원이 튀어오를 뻔했다고 생각한다.
"그거,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로사 기간티아"
무심코, 유미같은 건 끼어들고 말았다. 훔쳐 듣고 있었던 것, 다 들켜 버리지만.
"어머나, 유미쨩 부활했구나. 뭐야, 내가 잘못 말했다니? 어디가?"
"저기, 보통은 '열심히 해' 라던가 '응원하고 있어' 라던가"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 할 순 없잖아"
"마음에도, 라니-"
마치 당선되면 안되는 듯한 말투로 얘기해 놓구선. 항의하려고 하자, 뒤에서 살짝 어깨에 손을 얹는 사람이 있었다.
"괜찮아, 유미양"
시마코양은 생긋 웃고 있었다.
"저기 말이지, 지금 언니의 말씀, 나한텐 최고로 힘이 되는 말이야"
"엣"
황급히 로사 기간티아를 보자, 엉뚱한 방향을 보면서 '글쎄 어떨까요' 하고 말했다. 역시 이쪽 자매는 알 수가 없다.
열 쌍 있으면 열 가지, 백 쌍 있으면 백 가지 자매의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로사 기간티아와 시마코양은 틀림없이 특수한 경우에 들어간다. 유미는 그렇게 단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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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연설회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사회로 오후 한시부터 개최되었다.
맨처음에 위원장의 인사, 그리고 후보자들이 전원 단상에 나타나, 입후보 접수 순으로 선거 연설을 하게 되어 있었다. 추천자에 의한 응원연설은, 후보자 전원이 그걸 사퇴했기 때문에 생략되었다. 모두들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객석에 호소하기를 원한 것이다.
사치코님의 연설을 무대 옆에서 들으며, 유미는 마음 속으로 '힘내세요' 힘내세요' 하고 응원했다. 연설의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흥분해서 귀에 잘 들어오지않았다. 또 울고싶어졌지만, 스스로 자기 손을 꼭 잡고 힘껏 참았다. 눈물 같은걸 흘리면, 사치코님의 모습이 흐려져서 보이지 않게 되니까.
'힘내세요......!'
단상을 향하기 직전, 사치코님은 유미의 손을 잡고 말씀하신 것이다.
'거기서, 보고 있어'
그러니까, 똑바로 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치코님의 손은, 마주잡은 유미의 손 안에서 아주 조금 떨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함께 싸우는 것이, 동생으로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미는 사치코님의 버팀목이니까.
정면 맨 앞줄에는, 로사 카니나의 클래스메이트들이 아유까지야 보내지 않지만 '로자 카니나'라고 적힌 도화지를 들고, 머리띠를 하고서 진을 치고있다. 뷔통들에 비해 지명도가 낮으니까 다소의 어필은 어쩔 수 없다곤 해도, 바로 앞에 라이벌의 응원단이 있어서야 싫어도 눈에 들어오고,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가지고 나간 연설원고에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고, 회장에 넓게 시선을 향하며 낭랑한 목소리로 청중을 끌어들였다. 평소의 사치코님도 멋지지만, 관중의 앞에 선 사치코님은 빛나고 있다. 손의 떨림 같은 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자신에 넘치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역시, 언니는 굉장해.
설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유미에게 있어서 이미 사치코님은 로사 키넨시스였다. 새빨간 꽃잎은 펼쳐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