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3- 너, 무슨 생각해?

그대, 무얼 생각하나(君、何思う)

 

 

    1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선거 공지가 있었다.
고등부 건물의 복도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포스터가 붙고, 선거까지의 일정 등이 발표되었다. 1월 마지막 토요일의 방과 후가 투표일, 그 3일전 수요일에 연설회가 있게 되었다.
입후보 마감일은 연설회 일주일 전으로 아직 시간이 있었지만, 사치코님과 레이님은 접수 첫날에 일찌감치 수속을 마치고, 선전 포스터용 도화지 20장과 연설회에서 후보자가 걸 어깨띠용 흰 천을 받았다. 일찍 입후보를 표명한 것은, 뷔통인 2학년 두사람 뿐만이 아니다. 그건 로사 카니나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금 현재, 입후보자는 이상 3명. 시마코양은 어쩔 생각인지 아직 미적미적하고 있다. 입후보한순서로 당선되는 게 아니니까 뭐 느긋하게 해도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의욕이란 걸 어필하려면 일찍일찍 입후보를 표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선거에 대해선 완전히 까막눈인 유미마저도, 생각할수 있는 일이었다.
선거공지로 부터 1주일 지난 어느날 점심시간, 유미는 문득 생각이 나서 도서관으로 갔다.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선 아니다. 그저, 별 생각 없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도감에서 로사 카니나를 다시 찾아볼까 라거나, 그때의 상급생을 만날 수 있을까나 라거나, 그정도 일이었다.
"어머, 안녕하셔요"
생각 대로, 그 사람은 열람실의 대출 카운터에 있었다.
"웬일이야? 또 장미에 대해서 조사?"
처음 봤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긋나긋 하달까, 붙임성이 좋달까. 굉장히 느낌이 좋은 사람이다.
"예에, 뭐 그냥"
어물어물 끄덕이자, 그녀는 카운터 안쪽에 있던 다른 학생에게 이야기를 한 후 그곳에서 나와, 유미와 함께 열람실 안쪽으로 걸어갔다.
"저기, 하지만, 일하시던 중이......"
"괜찮아. 신경쓰지 마"
그렇게 말씀하셔도. 혼자 남게 된 도서위원은, 이쪽을 굉장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역시 자기 자리를 벗어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나.
"유미양이 또 오지 않을까 해서, 나도 몇가지 도감 같은걸 찾아 봤거든. 그래서, 괜찮아 보이는 걸 두세권 찍어 놨는데"
걸으면서, 그녀는 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열심히 일하시네요"
"그렇지도 않아. 방과후에는 클럽 활동 때문에 못 나오는 일이 많으니까, 그 구멍 메우기 랄까. 아침이나 점심때는 자주 나오지만"
"하지만, 겨우 학생 한명이 찾는 걸 도와주시기까지 하시고"
"아아. 그건 어쩌다 보니"
백과사전이나 도감이 꽂혀 있는 책장 옆까지 오자, 그 사람은 그중 몇권을 꺼내어 유미에게주었다.
"대출 금지 도서니까, 여기서 보렴"
"예. ......저기"
감사하다고 말하려는 유미의 입술 앞에, 하얀 다섯 손가락이 꽃송이처럼 펼쳐졌다.
"고맙다는 말 같은 걸 들으면, 곤란해. 죄책감만 더 들어버리니까"
"하?"
"조만간 알게 될 거야"
그런 말을 남기고, 그 사람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 버렸다.
'무슨 말이지......?'
조만간, -이라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어쨌든 도감 몇권을 근처의 책상에 놓고 카운터 쪽을 보자, 아까 굉장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던 도서위원이 돌아온 그녀에게 뭔가 하소연하고 있었다. 역시, 자리를 벗어나게 해서 잘못한 거 아닐까나-. 그렇게 생각하며 의자를 당겨 거기 앉자, 옆 자리에 있던 학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배신자"
"에!?"
"언제부터 적이랑 사이가 좋아진 거야"
깜짝 놀라서 옆을 보자, 거기 있었던 건 다름아닌 요시노양.
"대체, 무슨 말이야? 적이라니 뭐가?"
배신자니 적이니. 말은 과격하지만, 요시노양은 그다지 진심으로 화나 있진 않은 것 같았다.그보다 흥미진진하다는 투로, 의자를 바싹 붙이고 목소리를 죽인다.
"시치미 떼긴. 적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로사 카니나 말이잖아?"
"잠깐만. 로사 카니나에 대해서 알아보는 게, 어째서 배신이 되는 거야?"
"그럼, 유미양도 조사하려고 열람실에 온 거구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일 줄 알았는데말이지"
"'도' 라니? 그럼, 요시노양도 로사 카니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온 거야?"
"그야 그렇지. 일단은 '적을 알고' 잖아"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요시노양 앞에 놓인 책들은 식물과 관계 없는 것들 뿐. 대출금지 도서라는것만 유미와 같지만, 에도 시대의 물가라거나 닌자 기지의 도면이라거나. 그런걸 펴 놓고 어떻게 조사를 한다는 걸까.
"으-음"
유미는 팔짱을 끼며, 머리 속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딱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있다.
"저기 말이지, 요시노양. 어딘가 엇갈려 있지 않아?"
"뭐가"
"우리 이야기"
"에"
요시노양도 그제서야 깨달은 듯, '에' 뒤에 곧바로 '설마' 하며 유미 앞에 놓인 몇권의 식물도감을가리켰다.
"유미양이 말한 '로사 카니나' 란 거, 혹시 장미꽃 말이야?"
물론, 혹시가 아니라도 유미가 찾는 건 장미꽃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시노양이 '혹시'라고 하면, 다시말해 요시노양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추측할 수 있는 것으로-.
"그럼, 뭐야? 요시노양은 카니나 시즈카님을 조사하러 온 거야?"
"그래. 이제와서 장미 같은거 찾아 뭐해, 유미양"
뒤처져 있구나, 라며 둘째 손가락을 칫칫칫 하고 메트로놈 처럼 흔든다. 그렇다면, 다시 말해이 열람실 안에 로사 카니나, 즉 카니나 시즈카님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가.
"에, 어디!?"
"바보"
무심코 의자에서 일어나자, 요시노양이 힘껏 잡아당겨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가, 이쪽 모습 다 드러내서야 감시가 되질 않나.
"유미양-"
"에?"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요시노양은 왠지 갑자기 힘이 쭉 빠진 듯, 책상 위에 푹 엎어져 있었다.어떻게 된 걸까,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깐, 괜찮은 걸 까나. 심장 수술한 뒤로 꽤 튼튼해졌긴하지만, 역시 가끔 괴로워진다거나-.
"요시노양?"
조금 걱정되어서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한 그때, 요시노양은 빙글 하고 머리를 이쪽으로 돌리고 무지무지하게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 몰랐어. 설마, 유미양이 아직 로사 카니나의 얼굴을 몰랐다니"
"왜, 왜!?"
그야, 같은 열람실에 있으면서도 누군지 모르긴 했지만, 열람실은 이만큼이나 넓으니까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요시노양은, 한숨을 섞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그야, 좀전에 유미양을 여기까지 안내해 온 상급생, 그 사람이 로사 카니나인걸" - 이라고.

 

 

    2

 

확싫히. 유미는 로사 카니나의 얼굴을 몰랐다.
츠타코양이 사진을 가져다 주긴 했지만, 완전히 숨어서 찍은 바람에 무리한 자세에다 장해물이 방해가 되어, 그녀로서는 드물게 흔들린 사진이 나와 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는 좀처럼 가까이서 셔터를 누를 챤스가 없는 바람에,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은 한장도 없다. 주변 사람들이 로사 카니나를 지키고 서 있다는 게, 목하 츠타코양의 고민거리였다.
"학원제때 사진은 봤지만. 먼 데다, 화장 했지, 머리 모양 다르지, 조명도 있지 해서 얼굴이 전혀 달라 보였어"
그러니까 조금 전의 '얼굴을 모른다' 라는 건 엄밀히 말해 틀린 것.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가 맞는 말이다. 아니, 실물은 본 적 있지만 그게 카니나 시즈카님이란 걸 몰랐다는 게 진짜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흐-응"
그런 일도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요시노양은 끄덕였다. 친절한 도서위원 상급생이라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유미의 주장도, 그럭저럭 납득 해 주었다.
그렇긴 해도, 정말.
상냥해 보이는 저 사람이. 로사 카니나라니, 아직도 믿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로사 카니나라고 하면 사치코님을 시작으로 레이님이나 시마코양의 적인거니까.가능하면 악역 레슬러 처럼, 알기 쉬운 캐릭터였으면 해. 예를 들자면, 신문부의 츠키야마 미나코님 처럼 '호옷-홋홋호' 하는 고소가 어울리는 상급생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엔 가희의 이미지와 꽤나 멀어져 버리긴 해도.(과연)
그걸로 납득. 좀전의 도서위원은, 자리를 벗어난 동료를 야단쳤던 게 아니라 유미에게 적의를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로사 기간티아 안 뷔통의 동생이 당당하게 로사 카니나의 옆에 있으면, 역시 심기가 편치 않겠지.
힐끔 카운터 쪽을 훔쳐보자, 그녀는 아직도 이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야 요시노양의 존재도 벌써 알아채고 있을 테고, 뷔통의 동생이 두명이나 열람실에 있다는 건 수상하기 그지 없는 거고.
"유미양, 모처럼 왔으니 도감 보는게 어때?"
곧, 점심시간도 끝난다. 요시노양은 자기가 꺼내 온 책을 책장에 돌려 놓았다.
"지금을 놓치면, 선거 끝날 때까지 도서관 오기 힘들 거야"
"그렇구나"
요시노양의 적절한 충고에 끄덕인 후, 유미는 첫번째를 손에 들었다. 팔락팔락 하고 페이지를 넘기다, 한 부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뭐지?'
책을 덮으면 보이지 않게 되는 페이지 가운데 쯤에, 붉은 줄이 들어간 종이가 붙어 있었다.그곳은 그야말로 장미 사진이 가득한 페이지였다.
"설마"
반신반의하며 종이를 떼어 보자, 그곳에는 집의 도감에도 실려 있었던 새빨간 장미 사진.옆에는 [코우신바라(コウシンバラ. 우리나라에서는 '월계화(月季花)'라 부름 - 역주)/학명:Rosa chinensis] 라는 글자가.
'로사 키넨시스란, 코우신바라를 말하는 거였구나......'
유미는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똑바로 카운터 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것은 종이를 붙인 사람이 유미에게 보낸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 그렇다면,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카니나 시즈카님 뿐이었다. 분명히 장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을 때, 유미는 집 도감에는 로사 키넨시스도 나와 있지 않았다고 대답했었다.
'시즈카님, 당신이?'
하지만, 카운터 안에 그녀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그래서, 그걸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째서'
종이만을 찾아, 차례차례 페이지를 넘겼다. 예상 대로, 세권 있었던 도감 모두, 로사 키넨시스가있는 페이지에 종이가 붙어 있었다.
"유미양, 아직 멀었어?"
시계를 보며, 요시노양이 재촉한다.
"잠깐만"
세권째에서도 장미과 항목이 끝나갈 그때, 처음으로 한권에서 두번째 종이가 나타났다. 이미로사 키넨시스는 나와 있는데.
그럼. 뭘까.
그 종이는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걸까.
유미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로사 기간티아도, 로사 페티다도 아니다. 거기엔 틀림없이,로사 카니나의 사진이 실려 있을 것이었다.
신중히 종이를 떼어낸다. 예상대로, 종이가 붙어 있던 곳에는 가타카나로 분명히 [로사 카니나] 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사진으로 말하자면.
"......"
완전히 유미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어째서"
혼란스러워서, 앞 페이지나 뒷 페이지에서 비춰 보는 등, 무심코 의미불명의 행동을 해 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하지만,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모습은 없다.
유미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그 눈으로 거기 있는 사실을확인한다.
'고맙다는 말 같은 걸 들으면, 곤란해. 죄책감만 더 들어 버리니까'
그런, 그녀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당했다"
유미는 좀전의 요시노양처럼, 그 자리에서 힘이 쭉 빠져버렸다. 이래서야, 점점 더 카니나 시즈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 지잖아.
예쁘고 붙임성 있는 도서위원.
장미의 뷔통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대담한 2학년생.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르는, 합창부의 가희.
긴 머리카락을 확 자르고, 이미지 체인지로 3학기를 맞은 사람.
그리고, 또 하나. '말도 안되는 거짓말장이' 라는 사항을 덧붙여 둬야 할 것 같다.
로사 카니나는 흑장미 같은게 아니었던 것이다.
핑크색 꽃잎 다섯장이 아름다운, 그것은 가련한 장미였다.

 

 

    3

 

언니께서, 한숨을 내쉰다.
조용히.
허공에,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언니, 차 더 드릴까요"
"이제 됐어"
하지만, 비어버린 컵 가장자리를, 아까부터 둘째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괜찮아. 결리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기 어깨를 마사지하고 있다.
요즘 들어, 사치코님은 이상하다. 수업 중에는 어떤지 모르지만, 방과 후 장미의 관에서 보는사치코님은 상당한 빈도로 멍하니 있다. 말이라거나 태도라거나, 건성건성일 때도 많다.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그게 지금의 사치코님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었다.
선거까지 앞으로 열흘. 입후보 직후부터, 선거용 포스터를 만들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거나,신문부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하느라 꽤 하드한 스케쥴이었으니, 지금 와서 피로가 좌악 몰려온 걸 지도 모른다. 처음엔, 그런 식으로 대단찮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나흘이고 닷새고이어지면, 단순한 피로라고는 말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뭔가 일이 있으시면"
"지금으로선 다 순조로운 상태야"
국회의원이나 시장 등을 고르는 선거와는 달리, 거리, 아니 교내유세는 금지되어있다. 할 일을 끝내고 나면, 나머지는 후보자도 지지자도 갑작스레 한가해진다. 제출한 포스터는 선거관리 위원회가 붙여 주는데다, 공약이 적힌 전단지도 작성, 배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일이다. 어차피 그녀들로서는 아직 입후보 접수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쉽사리 그 일을 시작할 수 없겠지만.
결국, 지금 사치코님이 선거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합동 연설회용 원고를 구상하는 정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무거운 한숨. 원고는 대강 다 되어 있는 듯 하지만, 여백에는 마치 전화하며 별 생각 없이 낙서한 것 처럼 뱅글뱅글 동그라미라거나 꽃 같은 게 그려져있었다.
"뭔가, 고민이라도"
마음을 먹고, 물어 본다. 요시노양네는 아직 포스터 제작이 한창이라, 테이블 옆에서 어깨를 맞댄 채 둘만의 세계를 만들고는 즐거워 보인다. 시마코양은 아직 오지 않았다.
"너한테 이야기해도 별 수 없는 일이야"
일도양단.
사치코님은 고민이 있다는 걸 인정한 후, 유미로서는 상담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물론, 그 고민이라는 걸 깨끗이 해결할 자신 같은건 없었지만, 불평 정도는 들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만큼, 상당한 쇼크였다.
"시마코, 안 오는구나"
시계를 보고, 레이님이 중얼거렸다.
"우릴 만나는게 마음이 무거운 거야. 얼굴 마주칠 때 마다 '입후보하지않는 건가' 하고 추궁당하니까"
사치코님은 그 화제에, 약간이나마 흥미를 보였다.
"유미, 시마코 교실에선 어때?"
"그다지 특별히 이상한 기색은 없는데요"
유미의 대답에, 사치코님은 또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 애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러고선 또 말이 없어져 버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건, 사치코님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포스터 그리기 정도는 돕게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집에서 전부 해 와 버리니까-. 연설원고 위에서, 사치코님의 샤프가 또 무의미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로사 카니나에 대한 걸까, 아니면 다른 고민거리가 있으신 걸까.
할 일이 없어서, 유미도 컵을 빙글빙글 돌렸다. 앉아 있는 거리는 변함 없는데도, 사치코님이 점점멀게 느껴졌다.만나지 못하는 쓸쓸함과, 곁에 있는 쓸쓸함.눈에 보이는 물건과 보이지 않는 마음.
사치코님을 만나는 데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는 건, 시마코양보다 오히려 유미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4

 

그에 비해, 로사 카니나쪽 진영은 화려하다. 그녀, 라기 보다 오히려 그녀의 반인 2학년 등나무반이, 굉장한 단결력으로 백업하고 있는 것이다.
시찰하고 온 요시노양의 말로는, 당선을 기원하는 큰 달마인형까지는 없다고 해도 '투표일까지 앞으로 O일' 같은 일력이 걸려 있는 교실은, 마치 선거사무소 같았다고 한다. 듣자하니, 처음엔 극히 일부의 학생들이 하고 있었다는데, 차츰 응원하지 않으면 클래스메이트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되어 버려서 이제와선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원래 사치코님이나 레이님의 팬이었던 2학년 등나무반 학생은, 사이에 끼어 곤란했을 게 틀림없지만.
그러나 주위 분위기에 비해, 정작 주역인 로사 카니나는 그다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유미는 그때 이후 좀 있기 꺼림직해서 도서관에는 가지 않았으니까, 요즘 전혀 시즈카님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교실이동을 할 때, 경호원 같은 클래스메이트들에게 둘러싸여 복도를 걸어가는 그녀를, 한번 목격했을 뿐이다.
학교 안에서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라고 핀잔이라도주고 싶어졌지만, 그렇게라도 선거활동에 관여하고 싶다는 그 경호원들의 심정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카니나 시즈카님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느 날 방과후.
청소를 끝낸 유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 놀랍게도 맞은 편에서 바로 그 카니나 시즈카님이 나타났다. 그것도, 드물게 혼자서. 항상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들도, 무서운 얼굴로 위협하는 도서위원도 없다.
"안녕하셔요"
시즈카님은, 유미를 알아보고 먼저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안녕하셔요"
허둥지둥, 인사를 한다. 지금은 입장이 아군 적군으로 나뉘어 있다곤 해도, 상급생을 무시할 수는없다. 사실 유미는, 아직도 시즈카님을 '사치코님의 적' 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니나 시즈카라는 사람을 주목했을 때, 맨 처음 적이라는 데이터를 입력해 버린 요시노양은 명백히 그녀를 적대시하고 있다. 하지만 유미의 경우, 그렇다고 알지 못한 채 본인과 아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한번 상냥한 상급생이란 이미지가 들어 버린 이상, 그렇게 쉽게 닦아내버릴 수도 없는 일. -'로사 카니나는 흑장미' 같은 거짓말을 했던 걸 빼고라도.
"음악실 청소당번?"
"아, 예"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악보를 보고, '아아 그런가' 하고 유미는 납득했다. 그녀는 지금부터 클럽 활동으로, 음악실에 가는 참이었던 것이다.만나서 당연한 거고, 옆에 클래스메이트나 동료 도서위원이 없는 것도 알 만 하다.
"오랜만이네"
시즈카님은 인사를 위해 한번 멈춘 발걸음을, 쉽사리 부활시키지 않았다. 음악실로 이어지는복도에서, 로사 카니나와 담소. 누군가가 본다면, 오해할 수도 있는 시츄에이션일 지도.하지만, 상급생을 앞에 두고서 일방적으로 말을 끊고는 '안녕히'를 해 버릴 만큼의 배짱, 아쉽게도유미는 가지고 있질 못하다.
"저기, 이르시네요"
가만히 바라보는 눈길에, 왠지 말문이 막혀서 대강 무난한 말을 중얼거린다.
"그래. 클럽활동이 있는 날은, 청소가 끝나면 서둘러 와. 아무도 없는 음악실이 좋으니까"
"아아, 그러시군요"
그렇게 대답하자, 시즈카님은 '......역시나' 하고 눈씹을 낮추며 쓴웃음 지었다.
"유미양도, 내가 전혀 눈에 들어있지 않았구나"
"에?"
"언제던가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혹시나하고 생각했었지만"
"저기"
그러니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사실은 그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거나, 그런 식으로 들리는데.
"딱히, 특별히 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난 널 잘 기억하고 있었어. 왜냐면 청소를 하러 온유미양과, 음악실에서 가끔 만났었으니까. 두세번 이야기를 한 적도 있고"
"엣, 진짜요?"
그건, 죄송스럽게도 지금껏 전혀 깨닫지 못했다. 유미가 너무나도 놀라는 바람에, 시즈카님은 조금풀죽은 듯 한숨을 쉬었다.
"죄송해요"
"괜찮아. 나도 거짓 정보를 가르쳐 줬으니까, 비긴 걸로 하자. 꽃 쪽의 로사 카니나, 제대로 봐 줬지?"
"......예에"
"그거 말이지. 날 기억해주지 않았던 유미양에게, 자그마한 보복"
시즈카님은 후훗 하고 짓궂게 웃었다.
듣자하니 클래스메이트 중에 꽃 이름에 박식한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카니나'에 빗대어로사 카니나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분위기의리리안에서 별명이 정착된 것은, 역시 학생회 임원 선거가 계기. 차기 장미님 후보인 세 사람이 로사 키넨시스 안 뷔통이라거나 로사 페티다 안 뷔통 등으로 불리우고 있으니까, 시즈카님의 응원단이 그것에 대항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조금 쉬쉬하고 있는 것같다.
"차라리 흑장미 쪽이 멋있었지. 생각해봐, 핑크색이라는 거, 일본어로 하면 '복숭아색(桃色)'이라거나 '벚꽃색(櫻色)' 처럼 다른 식물 이름이 들어가야 되잖아? 그래서야, 장미에게 실례인걸"
"아아, 그렇군요"
홍장미, 백장미, 황장미는 잘 어울리지만, 복숭아장미나 벚꽃장미는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고연분홍장미 같은걸로 하자니, 좀 박자가 안 맞고.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시즈카님도 재미있는 사람이다.
"유미양이 기억해 주지 않았다는 건, 나 역시 존재감이 없는 걸까"
시즈카님은 눈길을 돌려서 조금 떨어진 창으로 보이는 큰 나무의 메마른 가지를 바라봤다.
"아, 아뇻. 제 주위에는, 시즈카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몇번이나 뵈었으면서도 기억하지 못했던 건, 분명히 저에게 상당한 문제가. .....저, 그다지 다른 사람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든요. 장미님들의 본명도, 최근에야 겨우 외웠을 정도고. 요시노양이랑 레이님이 사촌자매였다는 걸 안 것도, '황장미혁명' 때 일이고. ......아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거들려다가 자기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보란 듯 늘어놔서 어쩌자는 거야.
"그래"
시즈카님은, 조금 웃었다. 그리고 이어 말한다.
"하지만, 유미양의 경우에 오가사와라 사치코양만은 특별했었지?"
"......예에, 뭐어"
"부러워"
뭐가 부러운 건지, 유미는 곧바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한 후에 '어라, 혹시' 하고생각했다.
"저...... 실례지만, 시즈카님 스-루는"
"난, 혼자야. 1학년 때는, 동생으로 맞겠다고 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해 버렸거든.동생을 맞는다는 것도, 왠지 별로 내키지 않았고"
"..."
생각해 보면,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 후보로 이름이 올랐으니까 적어도 작년 이맘때까지 시즈카님은언니가 안계셨다는 게 된다. 그리고, 그대로 혼자인 채 2학년으로 올라가서 동생을 맞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라고.
"하지만, 드문 일은 아니잖아? 토도 시마코양도 사치코양의 제안을 거절했고, 로사 기간티아도 2학년때 동생을 맞지 않았어"
"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느낌 좋은 사람이, 지금까지 내내 혼자라니. 역시 유미는 믿을 수가 없었다.사람은 얼굴만 봐선 안된다고 하지만, 얼굴도 분명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언제던가 카츠라양이 그랬었다. 동생 고르는 건, 빠른 쪽이 이기는 거라고. 그렇다면, 역시 잘은모르는 신입생들 중에서 이 애다 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방편으로, 얼굴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로사 기간티아도 '얼굴로 고른 사람을 알고 있어'라고 하셨었고.
"어라-, 유미쨩?"
로사 기간티아를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그런지, 갑자기 로사 기간티아의 목소리가 환청으로들려왔다. 하지만 일단 돌아보자, 뒤쪽 10미터쯤 되는 곳에 진짜 로사 기간티아가 서 계셨으니2중으로 놀라고 말았다.
"그럼, 난 이만"
시즈카님은, '또 보자' 하는 듯 살짝 유미의 어깨를 건드리고는 그대로 음악실로 걸어가 버렸다.로사 기간티아 정도의 거물이 등장해서야, 후퇴할 수 밖에 없다는 걸까.
뭐어, 시즈카님은 현재 뷔통들의 적인 거고, 그 뷔통 중 한명, 시마코양의 언니인 로사 기간티아는말하자면 적의 가족인 셈이니까. 여기선 니어미스(near miss, 항공기 등이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 - 역주) 정도로 해 두는 편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그런 것치고는, 유미에겐 무방비로 다가오지만.
"방해한 걸까나"
그러면서 느긋하게 다가온 로사 기간티아는, 그러나 다음 순간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을 했다.
"예쁜 애구나. 유미쨩 친구?"
"헤!?"
"뭘, 이상한 소리 내고 있어. 지금 막, 같이 있었던 애 말이야"
"...그거, 무슨 농담이세요"
다른 사람에게 잘난 척 얘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자신의 동생 후보로 이름이 올랐던 사람을, 그리 간단히 잊어먹나 보통, 하며 유미는 마음 속으로 주먹쥐고 항의했다.
"농담이라니?"
하지만 로사 기간티아의 얼굴은 그야말로 진심. 유미가 뭘 가지고 '농담'이라고 했는지 조차, 정말로 고민하고 있다.
"로사 기간티아, 나랑 똑같애-"
무심코, 유미는 얼굴이 풀려 버렸다. 머리 속에 있는 개인 데이터 파일의 용량이 적은 사람,여기도 한명 발견. 그래그래. 세상에 완벽한 인간 따위 존재하지 않아. 누구나 모자라는 것 한 두가지는 있지.응응, 하고 혼자 납득하고 있는 동안, 합창부 부원들이 하나둘 음악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딴데서 얘기해요, 딴데서"
유미는 로사 기간티아의 손을 잡고 가장 가까운 계단을 내려갔다. 음악실같이 적진이라고 해도 될 곳 근처에서, 적장 이야기 같은 걸 하는 게 아니지. 적장은 우호적이라도, 측근이 무서우니까.
"왜 그래, 유미쨩"
"아까 그 사람이, 지금 화제의 로사 카니나에요"
계단을 두층만큼 내려가 과학실 앞까지 오자, 유미는 순순히 대답했다.
"헤-"
라고 하면서, 로사 기간티아도 참, '그게 뭐야' 하고 덧붙인다. 시험공부만 하고 있다 보니, 세간의 소문에 어두워지는 걸까나. 아니, 시즈님의 얼굴을 몰랐다는 건 그 이전의 문제다.
"저기......, 로사 기간티아? 카니나 시즈카라는 이름, 들으신 적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 안나는걸. 저만큼 미인을 체크하지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 그래. 산백합회 임원 오디션에 나가고 싶다는 2학년생이, 걔였구나"
유미가 음악실에서 떨어지려고 했던 것과, 지금 화제라는 것 등을 종합해서, 로사 기간티아는알아챈 모양이다.
"뭐어, 그런 거긴 하지만요"
하지만, 그건 선거지 오디션이 아니다.
"흐-응. 예쁜 애니까, 괜찮지 않아?"
과학실 문이 잠겨 있는 걸 확인한 후, 로사 기간티아는 그것에 기댔다.
"잠깐만요, 로사 기간티아. 그게 아니잖아요, 보통"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 버리니까, 그걸 지적해야 하는 쪽은 가만 있을 수가 없다.
"보통, 이라니?"
"보통, 이런 경우, 동생인 시마코양을 응원하는거 잖아요"
당연하잖아요, 하면서 유미는 작은 가슴을 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시마코는 입후보하지않고 있잖아? 그럼, 여기선 하고싶은 사람이 하도록 하면?"
"그게 아니에요! 저는, 로사 기간티아가 시마코양을 설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시마코가 설득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런 말, 할 리 없잖아요"
그 시마코양이, 어째서 유미에게 약한 소릴한다는 거야.
"그렇지? 그럼 설득 안 해"
"어째서요!"
"기본적으로 3학년은 나서면 안되는 거야, 임원 선거에"
"하아?"
"그러니까, 3학년이 입시니 해서 바쁜 이 시기를 골라 선거를 하는 거지. 애초에 선거권도 없는데,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걸-. 이런 나라도, 일단 입시공부 비슷한 걸 하고 있단 말이야. 알겠어?"
귀찮다니, 로사 기간티아.
"어째서 그렇게 쌀쌀맞으신 거에요"
유미가 입술을 삐죽거리자, 로사 기간티아는 가볍게 웃었다.
"어쩔 수 없잖아. 리리안에서 '장미' 라고 불리우는 학생들은 다들, 이 시기에 이렇게 언니의 힘을빌리지 않고 넘어서 온 거니까"
그렇게 잘난 척은 하지만, 로사 기간티아 때는 후보가 뷔통들 뿐으로 편한 선거였었으니까, 자기 때와 똑같이 생각해선 안되는 거 아닐까.
"생각해 보렴. 학생회장이라는 건 말이지, 자신이 학생들을 끌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거야. 그 자격을 심사받는 게 선거잖아? 언니의 힘에 기대고 있어서야 실격이지. 분명히 시마코는 내 동생이지만, 절대로 로사 기간티아가 되어야만 해, 따위 생각은 전혀 안 해. 그 애가 되고싶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어떻게든 하면 되고, 싫으면 출마하지 않으면 돼. 간단하잖아"
"..."
그야, 그렇게 말씀하시면 맞는 말이지만. 하지만, 말로 잘 설명할 순 없지만, 논리가 아니라 자매이기 때문에야 말로 그 뭐랄까, 이런저런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거나 할 수 없는걸까하고 생각했다.
"그럼, 잠자코 보고만 있으란 말씀이신가요"
솔직히 말해, 실망했다. 실망한데다 울고 싶어졌다.
자매니까, 유미는 언제나 사치코님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니와 동생, 입장은반대지만 로사 기간티아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약간이나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로사 기간티아가 길을 가리켜 주시지 않을까, 하고.하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로사 기간티아는 전혀 믿을만하지 못해.
"딱히 보고만 있으라고 하진 않았잖아"
로사 기간티아는 어린애에게 말하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유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아, 라고 한 것 뿐. 그러니까 유미쨩이 관여하는 건, 유미쨩 마음이야"
"에?"
"그럼 바이바이"
이야기를 도중에 뚝 하고 끊고, 로사 기간티아는 기대고 있던 과학실 문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이바이, 라니, 로사 기간티아. 뭔가 일이 있으셨던 게-"
빨리도 등을 돌리고 걸어가버린 로사 기간티아를, 유미는 불러세웠다. 그러고 보니, 무엇 때문에 학교에서도 구석에 있는 음악실 옆 같은 곳에 나타난 건지, 묻는걸 잊고 있었다.
"유미쨩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찾으러 왔는데, 대강 상황을 알았으니까 이제 됐어"
안녕, 하고 손을 흔든 로사 기간티아의 뒷모습은, 복도를 돌아 금방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뭐야, 대체"
가까이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유미는 요즘, 왠지 늘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5

 

시마코양이 입후보를 표명한 것은, 입후보 접수 종료일 방과후. 접수 마감시간 15분 전의 일이었다.
숙제를 잊은 적이 없고, 레포트는 여유를 두고 제출하는 등 꼼꼼한 그녀가 아슬아슬할 때까지 미뤘다는 건, 그만큼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맨 처음 로사 카니나의 소문을 들었을 때, 분명히 싸울 의지를 나타내고 있었는데도 도중에 마음이바뀌어, 라기 보다 생각이 있어서 미적미적 입후보를 미루고, 결국 출마할 결심을 한 시마코양. 우유부단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물론 2학년 등나무반 학생)도 있었지만, 그녀 나름대로 요 십몇일간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론이니까, 입후보 절차를 밟는 것이 접수 첫날이건 마지막 날이건 관계없는 일이었다.

"입후보 안하는 거야?"
접수 마지막날 점심시간, 유미는 시마코양에게 말해 함께 장미의 관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교실에서는 외야가 너무 많고, 계절적으로 밖에서 점심을 먹을 분위기도 아니다. 다행히 장미의 관2층에는, 둘 뿐이었다. 점심시간 다음 수업이 체육인 요시노양은, 아마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것이다. 요시노양이 오지않는다면, 레이님이 오실 확률도 주욱 내려간다.
산백합회 임원들은, 점심시간에 장미의 관에 올 때도 있지만 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학원제전이라거나 해서, 강제로 소집이 될 경우엔 다들 모이지만.그러니까 오늘도, 나중에 누가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 유미는 시마코양의 클래스메이트로서, 최후의 설득을 할 예정이었다.
나중에 사퇴해도 되니까, 일단 입후보만이라도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멋대로 식의 태도를 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까지 입후보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사람이고 하니. 시마코양의 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조용하구나"
좀전의 '입후보 안하는 거야?'에 대한 대답은 미뤄놓고, 시마코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에 눈을 가늘게 떴다.
"......실은, 망설이고 있어"
"어째서, 라고 물어봐도 돼?"
"나 스스로도, 잘 정리하질 못했어"
"응"
그래도 괜찮으니까, 하고 재촉하자, 시마코양은 다 먹은 빈 도시락통을 깔개로 썼던 큰 손수건으로싼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미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말이지, 그다지 학생회장이 되고 싶어서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이된 게 아냐"
"나도!"
테이블 정면에 앉은 시마코양을 향해, 유미는 몸을 내밀듯 해서 말했다.
"나도, 그저 사치코님이 좋았을 뿐이라서-"
"......그래. 정말로 그렇지. 설령 언니께서 장미님이라고 불리우는 분이 아니더라도, 분명히로자리오를 받았겠지. 그게 올바른 자매의 관계야"
"시마코양도, 로사 기간티아 좋아하잖아"
"그래. 그래서 언니께 도움이 되고싶다는 것 만으로, 산백합회 일을 돕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사실은 언니가 졸업하신 시점에서 산백합회에 미련은 없어져. 언니의 뒤를 이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건 아마도 예년처럼 입후보자가 뷔통들 뿐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뿐이고"
"에엣-!?"
유미가 외치자, 시마코양은 살짝 웃고 '미안해' 하고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소속'은 족쇄야. 될 수 있으면, 언제든 어딘가로 갈 수 있도록, 가능한 가벼운 몸으로 있고 싶다고 바라고 있어"
"그럼, 학교도 싫어?"
"싫지 않아. ......하지만, 좋다거나 싫다거나의 문제가 아냐"
"어렵구나"
"정말. 이런 성격이니까, 아버지가 걱정하셔서 학교에 보내고 계신 거고, 언니는 날 산백합회에끌어들이신 거겠지. 나는 혼자라도 힘들지않으니까, 내버려두면 고립되는 경향이 있어. 날 잘 아는사람은, 그러니까 굳이 어딘가 그룹에 끼워 넣으려고 하는 거야"
어렴풋이지만, 로사 기간티아와 시마코양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사 기간티아는,시마코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잘 알아 주는 사람이니까, 시마코양은 로자리오를 받아들였다. 아마 16년의 역사 속에서, 자신을 이해해 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역시 산백합회의 중심부에 있는게 좋지 않아?"
"그게 언니의 의향이라면, 이라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어. 장미의 관에 드나들고, 산백합회 일을 돕고, 잘 모르는 사람들도 로사 기간티아 안 뷔통이라고 말을 걸어 오고. 자신도 모르는 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어나 있어. 그게 기분좋게 느껴질 때조차 있어. 유미양이랑 요시노양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나도, 시마코양이랑 친구가 될 수 있어서 기뻤어. 그러니까, 좀더 같이 있고 싶어. 응? 왜 그러면안되는 거야?"
"안된다고 하는게 아니잖아? 그저, 달리 생각하는 것도 있어서"
"생각하는 거, 라니?"
"나는 학생들을 이끌어나갈 만한 사람이 아니다, 라거나"
"무슨 말하는 거야"
무심코, 웃어 버렸다. 시마코양처럼 꼼꼼하고, 모두가 좋아하고, 상냥하고 공부도 잘 하는, 리더의견본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해 버리면, 더이상 아무도 장미님 같은데 입후보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 증거로, 시마코양은 두번이나 산백합회 임원에게 스카우트 당했던 것이다. -로사 기간티아와 사치코님.하지만 시마코양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니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뭐?"
"내가 존재하지 않는 리리안"
"에?"
"만약, 내가 리리안 여학원에 입학하지 않았다면-하고"
"뭐야, 그게?"
분명히 시마코양은 중학교때 시험을 쳐서 리리안에 들어왔었다.
하지만 말이지.
유미처럼 철들기도 전에 부모님이 리리안 유치원에 넣어 주신 사람이 '만약' 이라고 절실히이야기한다면 또 모르지만, 아직 4년도 지나지 않은 일을 되짚어봤자 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12살이라고 하면, 적어도 스스로 생각할 수는 있었을 것이고, 거기에는 자신의 의지라는 게적지않게 작용하고 있었을 테니까.
"만약, 의 얘기야"
"만약, 말이지"
"그래. 그렇다면, 로사 기간티아는 날 동생으로 고르지 못하셨을 거 잖아? 시간은 걸렸을지 모르지만, 한 학년 아래의, 지금의 2학년들 중에서 동생을 찾아내셨을 지도 몰라"
"그게 시즈카님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시즈카님이 다음 로사 기간티아에 어울린다고?"
그건 아니지, 하고 유미는 생각했다. 2학년때, 친구와의 가슴아픈 이별을 겪은 로사 기간티아가 금방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학년 아래에서 동생을 고르지 않았던 건 시기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거기 '동생으로 맞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 동생을 갖지않으셨을지도 모르지"
끄덕인 후, 시마코양은 말을 이었다.
"그럼, 동생을 갖지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그럼,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라니"
"결국, 선거가 되는 거야. 지금과 마찬가지 상황이지"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고 그 자리를 내놓는다는 것도 글쎄.
"하지만, 실제로 시마코양은 여기 있잖아"
"그래. 그러니까 '만약'의 이야기"
만약, 의 비유로서는 왠지 좀-, 하고 유미는 생각했다. 왠지, 그 '만약'이야 말로 현실이라고착각하고있는 것 같은데.
"시마코양, 여기서 없어지지 않는 거지"
그 질문에, 시마코양은 입술을 조금 올리며 대답했다.
"그렇게는 바라고 있지 않지만-"
말을 끝맺지 않고, 시마코양의 말은 도중에 끊어졌다.
"누구, 오셨어?"
"에?"
유미도 귀를 기울인다.끼익 끼익 끼익, 하고 계단이 삐걱이는 소리가 확실히 들렸다.
"하지만, 누굴까"
발소리로 사람을 구별하는 능력은 아직 미숙하지만, 대강의 분류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사치코님과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페티다가 같은 그룹이라거나. 서두를 때의 요시노양은 레이님의 발소리와 비슷하다거나. 그정도.템포라거나, 체중을 싣는 방식이라거나, 굉장히 세심하달까, 신중하달까. 삐걱이는 소리가 레이님의 3분의 1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걷는 사람은 시마코양 정도지만, 정작 본인은 눈 앞에있고.계단을 다 올라온 그 사람은 방 앞까지 와서, 비스킷 모양의 문을 노크했다.콩콩.스타카토가 잘 들어가 있다. 목금(木琴)처럼 굉장히 좋은 소리.
하지만, 이상해.다른 멤버들이라면 노크를 한 뒤에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그대로 이쪽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
"누굴까나"
비교적 문 가까이 앉아 있던 유미가, '예' 하고 먼저 일어나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정말로, 그때는 아직 가벼운 기분으로. 산백합회 임원들 중 누군가가, 무거운 집을 들고 있어서 양손을 쓸 수 없는걸 지도 몰라, 라거나 하면서. 양손을 쓸 수 없다면 노크도 할 수 없다고, 거기까지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서.
찰칵.
익숙한 감각을 유미에게 전하며, 문은 가볍게 열렸다.
"-"
열면 깜짝, 보물상자. 거기에는, 예상 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안녕하셔요. 유미양"
로사 카니나, 즉 카니나 시즈카님은 등을 꼿꼿이 펴고 우아하게 미소지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유미는 굳어가는 얼굴로 겨우 인사하며, 마음 속에서 외쳤다.방 안에는, 시마코양이 있는데.

 

 

    6

 

"계단 아래서 불러 보긴 했는데, 대답이 없어서 그냥 올라왔어"
방 가운데로 나아가서, 권해진 의자에 앉아, 나온 홍차를 한모금 마신 후, 손님은 '폐를 끼친 걸까' 하고 말했다.
"아뇨. 저희야말로, 실례했습니다. 2층에 있으면, 누군가 찾아 오셔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어요. 사양않고 들어와주시는 편이, 저희로서도 좋습니다"
참고로, 시즈카님을 방으로 들어오도록 한 것도, 앉으세요 하며 의자를 권한 것도, 차를 끓인 것도, 이 시마코양이 한 일이었다. 정면에 로사 카니나, 등뒤에 로사 기간티아 안 뷔통이라는 멤버 사이에 끼어 패닉을 일으킨 유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려서, 한동안 쓸모가 없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시즈카님은 혼자였다. 클래스메이트나 도서위원 등은 한명도 동반하지 않고, 홀로 적진인 장미의 관에 찾아온 것이다. 이쪽에 몇명 있을까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온 거겠지. 그 증거로, 너무 사람이 없어서 놀라고 있었다.손님은 또 한 모금, 굉장히 우아하게 차를 마셨다.
평소의 멤버 외에 다른 사람이 이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 그건 왠지 신기할 정도로자연스럽고, 동시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마치 익숙한 곳에 있는 것처럼, 굉장히 이 방에 어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역시 어딘가 진짜가 아니라고, 유미의 마음이 거부하고 있다.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거기서는그녀가 이질적인 존재였다. 단순히 익숙함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시즈카님이 당선되는 날엔 이게 일상이 된다. 그녀가 들어오고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없어진다니, 역시 상상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도록 할께. 나, 시마코양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겨우겨우 자력해동을 끝낸 유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점심시간도 앞으로 15분 정도 밖에남아있지 않았다.
"그럼, 저기...... 저, 자리를 비울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 있어 줘, 유미양"
붙잡은 것은 시즈카님이었다. 시마코양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사람 다, 냉정. 표면적으로는 무지무지 우호적이고, 적대관계에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뭐어, 적이니 우리편이니 하고 생각하는건 주위 사람들 뿐일지도 모르지만.
유미는, 마주보듯 앉은 두 사람의 중간지점을 골라 앉았다. 입장상으로는 시마코양 편이지만, 이 경우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안될 것 같았다. 게다가,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시즈카님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한다는 쪽으로 바늘이 치우쳐 있을 정도.
"말씀, 듣도록 하죠"
시마코양이 말했다. 기분 탓인지, 조금 전의 어딘가로 떠나버릴 듯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마음을확실히 다잡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내가, 학생회 임원 선거에 입후보한 건 알고 있겠지"
시즈카님이, 이야기를 꺼냈다.
"예"
온화하게, 시마코양이 미소짓는다. 이 경우 유미는 입회인이라는 입장이 될 테니까, 입을 여는 건 자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건 너나 다른 뷔통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야. 그건 알아주겠어?"
"물론이죠"
시즈카님은, 시마코양들을 학생회장으로 지지할 수 없어서 '내가 되자' 하고 생각한 게 아니다, 라고 해명한 것이다. 그래서, 시마코양은 '그런 건 알고 있다' 라고. 거기까지는 유미도 알수 있었다. 뷔통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았었으니까 솔직히 조금 놀랐지만.
"그럼, 어째서 입후보하지않는 거지?  내가 입후보 하지 않았다면, 너는 사치코양, 레이양과 함께 입후보하려던 것 아냐?"
"그럴지도 모르죠"
"마감은 오늘 방과 후야"
"예"
시즈카님이 말해줄 필요도 없이 그건 시마코양도 익히 알고 있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사치코님이나 레이님이 볼 때마다 재촉하고 있고. 좀전까지 유미와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려는 거야"
"그건 당신께 말씀드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마코양으로선 드물게, 조금 엄격할 정도의 말투로 딱 잘라 대답했다.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유미가 조금 전 비슷한 질문을 했을 때와는 꽤나 반응이 다르다.
"......그렇구나"
하지만 시즈카님은 시마코양에 대해 '조금 의외' 라는 듯한 얼굴을 했을 뿐, 눌리지 않고 곧바로말을 이었다.
"그저, 나는 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길을 가리켜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어"
"길, 이라구요?"
"나는, 네가 입후보를 주저하고 있는 이유를, 다른 뷔통들과 학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 너는 올해, 1학년이면서도 뷔통으로서 충분히 열심히 해 왔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고생했는데, 2학년과 3학년, 2년 연속으로 로사 기간티아를 맡아 나가야 한다니, 쉴 겨를도 없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건지-"
시마코양은, 천사같이 예쁜 얼굴을 조금 찡그리고 되물었다. 다행이다. 나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유미는 안심했다.
"만약, 유미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날 이용하도록 해. -그런 말이야"
아직 조금 말이 꼬여 있었기 때문에, 시마코양이 시즈카님의 말을 듣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년도 로사 기간티아를 당신께 내어 드리고 선거에 입후보하지 말라고, 제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에!?'
설마, 시즈카님이 그런 말을 꺼내다니 생각지도 못했었으니까, 유미는 의자에서 튀어 일어날 뻔했다. 거짓말이죠, 하고 시즈카님을 보자, 그녀는 부정하기는 커녕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시마코양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널 장미의 관에서 쫓아내거나 하진 않아. 다행히, 나는 동생이 없어.현재의 로사 기간티아께서 졸업하신 후, 나는 널 동생으로 맞을 생각이야"
"시즈카님은, 시마코양을 좋아하셨던 건가요!?"
열심히 참고 있었지만, 결국 유미는 견디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어 버렸다.
"아냐, 유미양. 시즈카님은,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냐"
조금 더 잠자코 있어줘, 하고 시마코양에게 야단맞고, 별 수 없이 입에 지퍼를 채운다. 시즈카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대신 유미를 곁눈으로 보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역시 그 추리는 틀렸던 모양이다. 시마코양을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으로 맞고 싶어서 시즈카님은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거라고, 그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너에게 있어서,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시즈카님은 이야기를 이었다. 유미는 마음 속으로만 '확실히' 하고 끄덕인다.
그럼, 시마코양은 자동적으로 다시 로사 기간티아 안 뷔통이 되는 거고. 산백합회의 임원 보좌라는 지금의 입장은 그대로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3학년이 되었을 때, 떳떳하게 로사 기간티아가 되는것이다. 왠지 잘 짜여진 이야기다. 너무 잘 짜여져서, 무서울 정도로.
"생각해 봐 줘"
5교시째를 알리는 예비종이 울려, 시즈카님은 일어섰다.
"잠깐만요."
시마코양은 곧바로 쫓아갔다.
"입후보 운운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이것만은 여기서 대답하겠어요."
"뭐지?"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당신의 동생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 이외의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언니는, 사토 세이 단 한 분 뿐입니다."
"......그래. 알았어"
시즈카님은 그 이름대로, 조용한 눈길로 끄덕였다.
그리고, 시마코양은 그 날 방과 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입후보 수속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즈카님의 한마디가 시마코양의 망설임을 날려버렸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미 뿐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