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선] 키퍼 스토리 (Keeper's Story) -3- 이별

그 때부터 나는 나를 럭키라고 부르는 잭과 함께 생활했다. 나는 사람은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잭은 항상 정직하지는 않았다. 또 개들은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친절했다. 구걸해서 돈이 모이면 그는 언제나 내 밥부터 샀다. 난 사람들이 먹는 쇠고기 스튜를 좋아했는데, 잭은 내게 개를 위한 스튜를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내 밥을 산 다음에야 그는 자신을 위해 캘리포니아산 포도주와 베이컨 한 덩이를 샀다. 매일 저녁 우리는 다리 밑에서 함께 식사했다.

그는 나를 위해 플라스틱 그릇에 강물을 퍼다 주었다. 나는 강가에 선 채로도 얼마든지 물을 마실 수 있었지만, 잭은 무엇이든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가 포도주를 마시면 나는 그릇에 담긴 물을 마셨다. 가끔 잭은 나를 위해 건배도 했다.

"자, 럭키를 위하여!"

잭은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하면서 병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그가 내 귀를 긁으면 나는 거기에 대한 응답으로 손을 핥아 주었다.

밤이 되면 그가 집이라고 부르는 함석판 아래서 그에게 몸을 붙이고 잤다.

 

"전엔 침대도 있었어, 럭키."

어느 날 저녁, 잠자리를 준비하면서 잭이 말했다.

"집도 있었지. 그런데 일이 전부 꼬여 버렸어."

그 때까지 난 한 번도 집에서 산 적이 없어서 잭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집도 없이 떠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밤 이슬을 막아 주는 함석 지붕, 플라스틱 밥그릇, 비록 유명한 상표도 아니고 '투쥬르 퀴진'의 전채 요리에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넉넉한 캔 음식에 만족했다. 이만하면 훌륭한 집이었다. 그가 슬픈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정말이야. 난 집이 있었어. 가족도 있었고."

나도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잭의 슬픔을 잘 이해했다. 나는 애처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그가 더 이야기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웠다.

"그래. 아내가 있었어, 럭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 볼래? 한두 번 어리석은 짓을 했어. 그랬더니 모든 게 끝장났어."

그는 누더기 외투를 턱까지 끌어올리더니 좀 더 편한 자리를 찾아 땅바닥에서 한 번 몸을 돌렸다. 나는 잭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해 주려고 몸을 바짝 붙였다. 개들은 털로 뒤덮인 데다가 추위에 강해 날씨가 추워져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잭은 몸이 약해서 감기에 쉽게 걸릴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몹시 걱정되었다.

그는 대체 어떤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일까? 어쨌든 내가 저질렀던 실수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형제들이 끌려가던 날, 나는 나만 살겠다고 몸을 숨겼다. 나는 비겁자였다. 그 일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쓰렸다. 나는 매일 내 작은 여동생, 위스피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자기를 잠재우겠다고 말하는 남자의 팔에 안긴 채 땅만 내려다 보던 위스피의 갈색 눈이 또렷이 기억났다. 나는 위스피의 잠자리가 편안하길, 잭이 나를 돌보아 주는 것처럼 위스피 역시 따뜻이 위로해 주는 사람을 만났기를 빌었다.

 

 

그러나 때때로 내 잠자리를 방해하는 것들이 있었다. 잭의 집은 강가여서 경치가 좋고 먹고 살기 위해 길거리로 구걸하러 나가기에도 편리한 장소였지만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특히 쥐는 끊임없이 우리를 방해하고 귀찮게 했다. 나는 골목에서 살 때부터 쥐들이 얼마나 못됐는지 잘 알았다. 우리가 갓난아기였을 때 그 골목을 드나들던 쥐들은 우리보다 몸집이 컸는데 밤낮 우리를 잡아먹으려 들었다. 엄마는 쥐 때문에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엄마는 우리를 재우기 전 어두운 구석을 향해 요란하게 짖거나 쥐구멍을 향해 사납게 달려들었다. 가끔 엄마의 위협에 놀란 쥐들이 털도 없는 꼬리가 빠져라 도망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한 번은 엄마가 없는 동안 내가 쥐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스피를 구해 낸 적도 있다. 그 쥐는 몰래 동생에게 접근하여 갑자기 덤벼들었는데 나는 동생이 구석에 몰려 있을 때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됐다. 너무 놀란 위스피는 꼼짝도 못 했고 그 쥐는 당장 동생에게 덤벼들어 먹어 치울 기세였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마치 엄마인 듯 크게 소리치며 눈이 노란 쥐를 향해 돌진했다. 다행히 쥐는 나한테 속아서 달아나 버렸다.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나는 그 쥐를 죽도록 패 주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 때보다는 몸이 많이 자랐다. 그렇지만 강가에 사는 쥐는 골목에서 살던 쥐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 잭은 그들이 나타나면 비웃으면서 함석판을 두들겼다. 함석판에서는 천둥 소리가 났고 쥐들은 그 소리에 기겁을 하며 도망쳤다. 그렇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다. 쥐는 우리가 저녁밥을 짓기 위해 피워 둔 모닥불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불빛에 반사된 그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저녁밥으로 먹은 캔에서 나는 냄새가 그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잭이 잠자는 동안 쥐들은 남아 있는 음식 부스러기를 먹어 치우느라고 캔을 갉아 댔다.

나는 늘 잠을 자지 않고 잭을 지켰다. 어쩌다 잠이 들기도 했지만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깨어났다. 하지만 잭은 내가 밤마다 어둠 속에서 그를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선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쥐들은 내가 조금만 으르렁거려도 냅다 달아났다. 그러나 항상 우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밤이면 나타나 온 밤을 전쟁터처럼 만들었다. 내가 어른처럼 몸이 커지자 쥐들은 함부로 잭 가까이 오지 못했다.

 

나는 전보다 잭을 잘 지킬 수는 있었지만 잭의 돈벌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보송보송했던 강아지의 털이 빠지고 이제 내 털은 뻣뻣해지기 시작했으므로 만져도 옛날처럼 부드럽지가 않았다. 대신 나는 엄마처럼 멋진 털을 갖게 되었다. 한때 몽당연필 같았던 내 다리는 길게 자라 커다란 발을 충분히 지탱해 주었고 걸음걸이는 어른처럼 당당해졌다. 그러나 내가 어린 강아지처럼 낑낑대고 재롱을 떨어도 이제 지나는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게 미소짓는 사람도 없었고, 모자 속으로 동전을 던지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잭은 영리했다. 어느 날 아침, 그는 쓰레기통에서 찾아 낸 선글라스를 꼼꼼하게 손질했다. 그리곤 길거리에 나가 그 선글라스를 끼더니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었다.

"이 맹도견(장님에게 길 안내를 하는 개)에게 먹을 것 좀 주세요."

잭이 소리치자 그릇으로 동전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내가 잭을 안내한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그가 장님은 아니었지만 나는 날이 갈 수록 그를 안내하는 일이 많아졌다. 잭이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마다 그는 발작하듯 기침을 했고 식욕도 잃었다. 베이컨도 다 먹지 못해 나는 늘 잭이 남긴 베이컨을 먹었다. 그 지방질 덕분에 내 털은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러던 어느 추운 밤의 일이다. 잭은 떨며 내 곁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잭이 걱정되어 자지도 못하고 그냥 옆에 누워 있었다.

그 때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 왔다. 나는 벌떡 일어나 어둠 속을 노려보면서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종종 달리는 소리, 찍찍거리는 소리, 캑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속엔 쥐 소리에 섞여 처음 듣는 소리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엄청 큰 것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았다. 쓰레기 냄새, 쥐 냄새, 버려진 기름통에서 나는 독한 기름 냄새, 강물 거품이 썩는 냄새가 뒤섞여 새로운 냄새를 구별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나는 꼼짝 않고 엎드린 채 내 귀와 코의 모든 감각을 소리나는 쪽으로 집중했다.

곧 나는 그것이 바로 스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집을 떠나던 날 처음 만난 후로 거의 1년이 흐른 다음이었다. 그 때 나는 그의 무서운 힘과 사악함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보다 무서운 것은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

 

잭은 한 쪽 팔을 내 등에 올려 놓고 한 손으로는 내 목을 껴안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잭의 품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 잭은 꿈틀하며 기침을 했으나 깨지는 않았다. 나는 함석판 밖으로 나와 몸을 땅에 바짝 대고 어둠 속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밤 이슬이 내리고 있었다. 스카의 냄새는 가까이 갈 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쥐들은 그 냄새에 놀라 강가의 하수도 속으로 숨은 지 오래였다. 나는 스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천천히 기어갔다. 이윽고 밤 하늘을 배경으로 스카의 흉측스러운 몸의 윤곽이 드러났다. 무엇을 먹는지 쩝쩝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먹는 데 정신이 팔린 그는 내가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스카는 묵은 원한을 풀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지나다가 먹을 것을 발견하고 우연히 내 땅에 들어온 것 뿐이다. 덕분에 나는 그를 기습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싸울 채비를 갖춘 다음 스카의 넓적한 등으로 뛰어 올랐다. 깜짝 놀란 스카는 씹고 있던 먹이를 떨어뜨렸다. 우리는 땅바닥을 뒹굴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나보다 덩치가 컸고, 그의 커다란 턱은 몇 번이나 내 목에 닿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민첩하고 재빨라 쉽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한밤중에 달빛을 받으며 소리도 내지 않고 싸웠다. 헐떡이는 숨 소리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나는 등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스카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내가 그의 귀를 물어 흔들자 피가 흐르는 털 투성이 살점이 내 입 속으로 쑥 들어왔던 것이다.

마침내 기진맥진해진 우리 둘은 싸움을 멈추었다. 무승부였다. 스카는 그 휴전 시간을 놓치지 않고 내가 숨을 고르는 틈을 타 아까 먹던 것을 덥석 물었다. 그것은 커다란 쥐의 시체였다. 스카 입 밖으로 빠져나온 쥐의 몸이 덜렁거렸다. 쥐를 문 스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느릿느릿 우리의 함석 지붕 밑으로 돌아와 잭 옆에 다시 누웠다. 희뿌옇게 동이 트고 있었다. 대충 상처를 살펴본 나는 피를 핥아 내고 털도 깨끗이 다듬었다. 하늘이 흐린 것을 보니 비가 올 모양이다. 강에서는 파도가 심하게 일렁거리면서 더러운 악취를 뿜어 냈다. 쥐들이 눈을 번득이고 꼬리를 휘저으며 하수구에서 불안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스카는 사라졌지만 그가 쥐를 잡아먹었던 자리에는 아직도 핏자국들이 얼룩져 있었다.

동이 트는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온 세상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절망감 때문에 강아지처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잭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내 목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럭키!"

나는 그가 지난 밤 벌어졌던 더럽고 끔찍한 일을 보지 않은 것이 기뻤다.

 

 

날이 갈 수록 잭은 길거리로 나가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리고 점점 살아가는 기쁨을 잃어 갔다. 나는 앞장 서서 걷다가도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어서 오라고 잭을 재촉해야 했다.

아침마다 나는 진짜 안내견처럼 그를 격려하면서 우리가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커피 숍으로 데려갔다. 요즘 잭은 항상 손을 떨었기 때문에 자주 커피를 쏟았다. 그의 바지와 외투에 생긴 얼룩을 볼 때마다 나는 그의 병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몹시 걱정이 되었다. 보다 못한 커피 숍 주인이 잭에게 말했다.

"그 기침부터 치료해야 해요. 병원엘 한 번 가 봐요. 무슨 치료든 해 줄 테니. 어쩌면 페니실린 주사 한 대만 맞으면 될지도 몰라요."

그러나 잭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그를 구걸하는 장소로 데려갔다가 저녁이 되면 강가의 우리 집으로 다시 데려오는 일은 잘 할 수 있었지만, 병원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병원으로 잭을 데려가야 하는지는 몰랐다. 나는 그저 잭 곁에 누워 밤마다 내 체온으로 그를 따뜻하게 해 주고 더러운 손을 핥아 주며 밤의 침입자로부터 그를 보호할 뿐이었다.

"착한 녀석, 착한 녀석."

그를 처음 만났던 날 그랬듯이 그는 자주 내게 그 말을 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내 귀를 긁어 주었다.

 

그런데 춥고, 바람 불고, 습기도 많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내가 아무리 보채고 흔들어도 잭은 일어나지 못했다.

"오늘은 잠이나 자고 싶어."

잭을 두고 강으로 물을 마시러 간 나는 주변에 침입자가 왔다 간 것을 냄새로 알아 냈다. 나는 이 땅에는 이미 임자가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 주려고 몇 군데 내 표시를 남겼다. 잠을 자고 난 다음이라 더욱 기운이 솟아났다. 나는 바람 속에 앉아 시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잭이 걱정스러워 오래 생각할 수는 없었다.

 

오, 잭, 제발 건강해지세요. 어서 나아요, 내 친구!

O Jack, be strong, be well, my friend!

 

잠시 '친구'와 어울리는 음이 무엇일까 생각했지만 오직 '마지막(end)' 이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시 짓기를 그만 두고 힘없이 잭이 누워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의 숨소리는 아주 희미했다. 나는 코를 벌름거리고, 공중을 향해 엉덩이를 치켜올렸다가 머리를 땅으로 처박으며 꼬리를 빙빙 돌렸다. 그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을 시작하자는 신호였다. 그 게임에는 복잡한 규칙이 있었고, 게임에서 승리한 쪽은 때묻고 씹어 문드러진 끈을 차지했다. 잭은 나를 보고 빙그레 웃기는 했지만 내 제안을 거절했다.

"쉬고 싶어."

기침을 하기 위해 그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쉬고 싶어."

 

나는 그 옆에 누워서 긴 하루를 함께 보냈다. 그는 가끔 내게 말을 걸었다. 그의 생각은 옛날 가족과 집, 추억 속을 떠돌았다. 손가락을 내 목덜미에 올려놓고 때로 내 털을 쓰다듬으면서도 그는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잊은 듯 보였다. 

아주 오래 전, 엄마와 형제들을 잃었을 때 나는 무섭고 절망스러웠지만 동시에 독립심과 모험심이 생겼었다. 그 후로 나는 많이 자랐다. 앞으로는 혼자 힘으로도 살아나갈 수 있으며 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 그런데 내 친구는 나를 떠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친구 곁에 누워 차츰 그가 의식을 잃어 가는 것을 그저 지켜 보는 것 뿐이었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잭에게 바치는 시를 짓고 싶었다. 그런데 이 때 내게 떠오른 말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잭을 위한 시에 어울릴 음을 찾으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계속 물었다.

 

왜 가려고 해요?

Why?

 

마음 속으로 두 번째 줄의 음을 맞출 만한 적당한 말이 하나 떠올랐다. 그 말로 나는 내 친구를 위해 가장 짧고 가장 슬픈 시를 끝맺었다.

 

잘 가요.

Goodbye.